'6월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 멈춰 섰던 국회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야가 선거 지원 유세에 당력을 집중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6월 임시국회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시작으로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원회 구성 등 원 구성 협상은 국회의 시급한 과제다. 지난달 29일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상임위원의 임기가 끝나면서 국회 지도부 공백 상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오는 30일 경찰청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청문회 진행을 위해서도 원 구성을 해야 한다.
이번 선거 최종개표 결과 민주당은 12개 지역구 가운데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 한 곳을 제외한 11곳을 '싹쓸이'했다. 13일 오후 6시 투표 종료 후 공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예상 득표율이 불과 1.9% 포인트에 불과해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충북 제천·단양 역시 이후삼 민주당 후보가 47.7%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엄태영 후보(44.9%)를 꺾고 극적으로 당선됐다. 반면 한국당은 경북 김천 단 1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서 기존 119석이었던 민주당의 원내 의석은 130석으로 늘어 원내 1당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한국당은 113석으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두 당 간 의석수 차는 6석에서 17석으로 더욱 확대된 셈이다.
게다가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배분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협상에 착수해도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20대 국회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구성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4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각 당의 셈법이 모두 다른 점도 변수 중 하나다.
국회의장 선출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에 그동안 원 구성 협상은 첫발도 떼지 못했다. 원내 2당인 한국당이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에 따라 의석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협상 시점을 지방선거 이후로 제시했던 영향이 컸다.
우선, 재·보선 승리 결과 한국당보다 몸집을 더 불린 민주당은 원내 1당이 의장을 맡는다는 관행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 즉 청와대를 소관 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의 탈환을 노리며 다음 주 초까지 각 의원에게 선호하는 상임위 3개를 받아 빠른 시일 내 배정할 방침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중심으로 후반기 원 구성을 잘해 내고, 문희상 의원을 의장님으로 모실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 입지를 만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다수당이 의장을 자동으로 맡으라는 법은 없다'며 견제구를 날려놓은 상황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에 국회의장 자리를 쉽게 내줄 수 없으며 국회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 '동시 사수'를 목표로 내걸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양보 없는 원 구성 협상에 나설 태세를 갖췄다.
다만, 야권발(發) 정계개편 가능성이란 큰 변수도 존재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퇴했고, 바른미래당 역시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원 구성 논의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계개편 소용돌이 속에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 6월 국회가 '빈손'으로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정기국회까지 장기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다른 당이 수습돼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협상은 이번 주말을 넘기면서 시작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안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 경찰청장 청문회가 정식 절차를 밟으려면 그 전에 원 구성 협상을 시급하게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