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회담'의 결과물인 북·미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을 두고 중국 언론이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과와 의미를 분석하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없는 중요한 존재임이 확인됐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회담 결과물을 담은 공동합의문의 키워드는 △안전 보장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이며 이 안에는 ‘중국의 역할’이 숨겨져 있다고 1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분석했다.
◆ 첫번째 키워드: 안전보장
공동합의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공약했다.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표현이 합의문 첫 문단에 등장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체제 안전보장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이번 합의문을 통해 북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았고 이것이 북·미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 명확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국 국방부, 국회의 매파, 한국의 의견 등의 이유로 단기간 안에 실현되기는 매우 어렵다고도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문은 “이런 상황들로 봤을 때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실천하는 과정에는 중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두번째 키워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이번 공동합의문에는 ‘양국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추진한다’고 기술돼 있다. 신문은 ‘새로운 북·미관계’는 처음 등장한 표현이라며 이는 트럼프 정부가 지속해온 적대적인 대북 정책을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처음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북한을 대한 것은 미국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신문은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새로운 북·미관계가 도대체 무엇이냐고도 신문은 반문했다. 직접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인지, 혹은 미래 경제협력을 구상한다는 것인지 의미가 모호하지만 실질적 실천 방향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합의문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 세번째 키워드: 완전한 비핵화
신문은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완전히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의 내용은 빠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양국에 이견이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세계가 기대하고 있는 북한 핵 포기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북한 핵 포기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부적인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여전히 북한의 핵위협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도 강조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지원과 대북제재 취소도 비핵화가 실현된 후에나 진행될 예정”이라며 “결국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 지원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 네번째 키워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환구시보는 이번 합의문에서 종전성명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을 진행하지 않은 건 중국이 소외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합의문에서 밝힌 ‘양측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은 평화체제 구축에만 합의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이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한 번도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적이 없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어 신문은 “설사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북한과 미국은 정치 체제와 이념에서 차이가 있어 실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결국 중국을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