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참매 1호'를 타고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북한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탑승했던 벤츠 방탄차량은 이날 오후 3시3분께(이하 현지시간) 창이국제공항 T2 VIP컴플렉스에서 경호를 받으며 빠져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양에서 에어차이나 소속 747 항공기로 출발해 오후 2시36분께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영접을 나왔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겸 국무위원회 외교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의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 일행은 곧장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로 이동했다. 교통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이동한 김 위원장 일행은 오후 3시40분께 숙소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김 위원장 일행이 도착한 시간에 맞춰 숙소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통제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참매-1호와 같은 기종인 일류신(IL)-62 항공기 편으로 1시간가량 늦은 오후 3시45분께 창이공항에 도착했다고 싱가포르 현지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어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오후 첫 일정으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양자 회담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의 벤츠 전용차를 비롯한 북한 차량 14대가 이날 오후 6시 25분께 싱가포르 구급차와 경찰차 등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당 외교담당 부위원장이 차량에 함께 탑승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으로 들어간 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리 총리와 회담을 시작하는 모습이 현지 방송인 채널뉴스아시아를 통해 방영됐다.
회담에는 김영철 부위원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을 아직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대내외용 매체들은 이날 오후 7시30분 현재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동선 및 일정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6시 31분께 김 위원장이 새벽에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 3시간 전이었다.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도 당시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및 남측에서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비교적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알렸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이날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7일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6월 12일로 예정되여있는 조미(북미)수뇌회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시면서 역사적인 조미(북미)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시였다"라고 북미회담 예정일을 예고했었다.
노동신문도 같은 날 1, 2면을 할애해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 밖에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경우 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상 김 위원장의 동정을 사후에 보도하는 북한 매체 특성을 고려할 때 12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틀이 남은 만큼 이번에도 시차를 두고 보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판문점과 중국을 제외하고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할 때 북한 내부적으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리셴룽 총리와의 면담은 10일 저녁 이뤄지는 만큼 이르면 11일 오전께 보도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매체들의 '침묵'이 첫 장거리 외유로 평양을 비우게 된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