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특별튀재팀 = 윤은숙, 박은주, 강민수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현지는 한껏 들뜬 분위기다. 현지 식당, 바, 호텔 등은 두 정상의 이름을 딴 '트럼프-킴' 칵테일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별명을 딴 '로켓맨 타코', 한국식 김치 패티와 미국산 아이스티를 조합한 햄버거 세트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 조폐국도 지난 5일 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하는 주화를 금·은·비금속 등 세 종류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기의 회담을 맞게 된 싱가포르 현지인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근현대 역사상 가장 극적인 행사를 개최하게 돼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한편에는 우려나 냉소의 시선도 섞여있었다.
싱가포르 교도소에서 인턴을 하는 린 탄 이 시나씨(22)도 “싱가포르 사람들은 역사적인 회담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러워 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린씨는 “리셴룽 총리도 원활하고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며 “온 나라가 회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걱정을 떠안은 현지인도 있었다. 오는 7월부터 중·고등학교 심리상담가로 일할 예정인 친 웨이 시웅 라이언씨(25) 주변의 남자 친구들은 북·미회담에 대해 유독 관심이 많았다. 군대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징병제 국가다. 싱가포르의 성인 남성들은 병역 의무를 지닌다. 2년의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도, 예비군 기간이 있다. 예비군 신분일 때는 비상시 국가가 소집하면 임시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세계적인 회담이 열리는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비상시’다.
친씨는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제일 뛸 듯이 기뻐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회담이 다시 성사되면서 친구들의 실망은 커졌다. 친씨는 “친구들은 예비군에 소집됐으며, 교통 통제 등을 담당한다"면서 “주요 회담 장소 경호 등은 전문 보안 요원들이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의견도 있었다. 싱가포르 회사에서 일년 넘게 근무 중인 일본인 가와무라 마미씨(25)는 북·미회담에 대해 “주변 반응이 엇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담 자체에 신경을 안 쓰거나 농담의 소재로 사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게 가와무라씨의 주장이다.
가와무라씨는 “김정은 위원장이 두리안(동남아시아 열대과일)을 먹는 동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반면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사람도 있다”고 가와무라씨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