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종합]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 위로와 연대 담다

2018-06-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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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메인 포스터[사진=NEW 제공]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우리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가 되길 바라요.”(김해숙)

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배급 NEW)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허스토리’는 영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탄탄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로 관객들에 사랑받았던 민규동 감독의 신작이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했다.

민 감독은 “1990년대 초반,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덩이 하나를 얹고 살았다. 10년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많이 볼 것 같지 않다’, ‘힘들고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왜 하려고 하느냐’는 말들에 좌절했었다. 그러나 잘 먹고 잘사는 게 부끄러워서 부채감으로 시작하게 됐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더라. 시나리오 3편을 썼고 모두 1940년대 이야기였다. 당시를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구하던 중, 관부재판 기록을 보게 됐다. 작은 승리의 기록이 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돌아보니 그 안에 큰 서사가 있다는 걸 알고 만드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 과감히 시작했다”며 ‘허스토리’의 시작점을 언급했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동안 민족의 희생양이나 꽃다운 처녀, 짓밟힌 자존심 등 이런 식으로 민족의 상처로 언급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할머니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끈 당찬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은 김희애는 “우리 영화는 실존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꼈고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부담스러운 숙제더라”며 연기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 연기를 병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희애는 “처음엔 일본어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산 사투리가 문제였다. 사투리 선생님과 매일 연락하고 연습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이만하면 됐어’하고 포기했을 텐데,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그렇게 못하겠더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한 사실을 밝혔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당당히 전하는 재일 교포 변호사 이상일 역은 배우 김준한이 맡았다. ‘박열’에 이어 ‘허스토리’까지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하게 된 그는 “한편으로는 부담이 있다”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괜히 이걸 내가 해서 폐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감독님께서 이렇게 요청해준 건 ‘네가 일원으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해줬으면 한다’는 말 같아서 용기 내 참여하게 됐다. 영화를 보니 작지만 열정적인 많은 힘이 모여 좋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배정길 역을 맡은 김해숙은 “그분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겁 없이 덤볐었다. 하지만 작업하면 할수록 아픔의 깊이를 알 수 없더라. 다가갈 수 없다는 생각에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어떻게 연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했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하얀 백지로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옥주 역을 맡은 이용녀는 “사실 위안부 문제는 늘 피하고 싶었다.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신문도, 뉴스도 피했었는데 대본으로 만나게 되니 ‘더는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의 문제고 나라의 문제이며 우리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로 하여금 소용돌이가 일어나 문제가 돼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동시에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내 눈길을 끈다. 김해숙을 비롯해 예수정, 손숙, 이용녀는 “서로의 연기를 보고 견제하기보다는 함께 감동했다”며, “똘똘 뭉쳐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용녀는 “위안부 피해 문제는 여자들만이 느끼고 아파할 수 있는 특별한 지점이 있다. 이건 남자들이 아무리 상상하고 아픔 느끼려고 해도 어렵다. 여배우들이 나이가 비슷하고 한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아픔을 공감하고 느낄 수 있겠더라. 다른 작품보다 따듯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아꼈던 것 같아서 좋았다”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민규동 감독은 “‘또 위안부 영화야?’라고 생각하실 필요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렇게 규정짓는 것 또한 재밌는 일은 아니다. 우리 영화는 법정 드라마이자 여성 드라마, 캐릭터들의 이야기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봐주길 바란다”며 많은 관객이 부담 없이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허스토리’는 6월 말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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