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무것도 없는 농촌으로 돌아가자

2018-06-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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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형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중국 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시인이었던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시를 지었다. 도연명은 수도에서의 관리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들녘이 거칠어질 것인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라고 읊었다. 시인은 오랜 세월 동안 고향을 버려두고 도시에서 메마른 삶을 살았던 것을 한탄했던 것일까. 문학자들은 이 구절에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남북조(南北朝)의 동란 속에 곧 없어질 고향을 안타까워하며, 그곳이 불타 없어지기 전에 하루라도 먼저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농촌이 처한 지경이 405년 도연명이 처한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뒤면 농업 인구가 약 8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추론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농업 연평균 소득은 1005만원으로 20년 전보다도 낮은 수준이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가는 농업경영비는 물가가 올라가면서 조금씩 올라가지만, 농산물 판매로 인한 수익은 턱없이 낮다. 농촌 노인 100명 중 2.6명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는다고 한다. 정신과 상담뿐만 아니라 약 처방까지 받아가며 홀로 어렵게 노년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농촌에 밥벌이 할만한 제조업체가 있으면 다행인데, 요즘은 이마저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요즘 정부 관계자들도 어쩌지 못하는 환경단체 때문이다. 경북 영주, 봉화, 구미 일대에서는 끊임없이 ‘제조업체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봉화에 위치한 영풍의 석포제련소다. 환경단체들은 약 5년 전부터 이 지역을 안동댐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더니 이제는 낙동강 오염의 핵심 원인으로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안동댐이 꽤 오랫동안 하천 부지 경작으로 인한 오염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이들은 외면하고 있다. 낙동강 주변에 수자원 공사가 묵인한 숱한 불법경작지가 계속해서 두엄과 화학비료를 게워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댐에서 80 킬로미터 북쪽으로 떨어진 영풍 측에 책임을 묻는다.

영풍 제련소는 2200명 봉화군 석포면 주민들 중 1200명의 생계를 도맡은 회사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고, ‘지방소멸’ 해소를 위해 골몰하는 이 시기에 환경오염 문제를 이야기하며 ‘제련소 폐쇄’를 외치는 이들을 무엇이라 보아야 할까.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낙동강 정화를 위해 제련소를 없애고 나면, 봉화군에 남은 것은 ‘지방소멸’이다. 제 아무리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어엿한 대기업 일자리 만한 소득원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아무것도 없는 농촌으로 돌아가자. 문명의 이기를 모두 부인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가난과 우울만이 남은 농촌으로 돌아가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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