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 올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 가운데 69.3%는 행복주택을 알고 있으며, 이 가운데 46.8%는 자격이 된다면 입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이제 결혼 날짜를 정할 때는 하늘이 정해주는 ‘길일(吉日)’ 말고 ‘행복주택 입주 시기’도 넣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부동산 기자로 일을 하면서 친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거 언제부터야?’입니다.
요즘 온갖 기사 링크를 보내며 저 질문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연말 아직 본격적으로 혼담이 오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만큼 행복주택에 당첨돼 결혼 후 바로 입주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게 친구의 설명입니다.
서울시의 올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 가운데 69.3%는 행복주택을 알고 있으며, 이 가운데 46.8%는 자격이 된다면 입주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 이들 가운데 29.6%가 신혼 집을 마련할 때 행복주택을 생각해봤다고도 답했고요.
주거난에 시달리는 젊은 층에게 행복주택이나 청년주택 같은 공공임대주택은 자격만 된다면 들어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 인기는 경쟁률이 말해줍니다. 지난해 처음 모집한 행복주택은 최고 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행복주택 중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우선공급 22가구 모집에 무려 1147명이 몰린 것입니다.
당시 공급된 천왕·신내·북아현·돈의문 등 서울 외에 경기권인 김포시 양곡지구 행복주택 신청에도 신혼부부를 위해 마련된 44㎡형이 12.3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앞서 2016년에 공급된 행복주택 경쟁률은 130대 1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공공임대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질문이 올라옵니다. 대부분 자신이 당첨될 수 있는지 그 확률을 묻는 질문들입니다.
눈에 띄는 글도 있습니다. 현재 회사가 제공해주는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행복주택에 당첨되면 입주 시기에 맞춰 결혼을 할 계획이라는 글과 지금 애인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 결혼과 행복주택을 동시에 알아보고 있다는 글도 있습니다. 오히려 결혼 날짜가 밀려 행복주택 계약을 취소해야 하냐고 묻는 질문도 있고요.
서울에 사는 신혼부부들은 주택마련과 주거비 등 주거 문제를 가족 계획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결혼부터 출산까지 모든 것은 ‘집’에 맞춰져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