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우리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도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발목을 잡혔다. 중국 본토에서 디폴트 사례가 속출하면서 덩달아 경계심리가 커진 것이다.
4일 바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속한 중국계 상장사 14곳 가운데 11곳이 6월 1일까지 한 달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뉴프라이드(19.06%)와 글로벌에스엠(18.26%), 골든센츄리(5.32%) 3곳만 주가가 올랐다. 차이나하오란은 거래정지 상태에서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로 문제를 일으킨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측은 우리 증권사·자산운용사에도 수천억원대 타격을 안겼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일어난 사태라는 지적이 많다.
정영진 인하대 교수가 내놓은 논문을 보면 중국 헌법상 국유기업은 '전민소유제공업기업'으로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감시를 받는다.
국유기업이 출자를 받을 때는 외부자금 유입 규모에 따라 국유독자회사와 국유자본지배회사, 국유자본참가회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유독자회사는 중국 정부에서 채무를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유자본참가회사는 정부와 무관하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은 바로 국유자본참가회사에 속한다. 우리나라 공기업과 같은 잣대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또 다른 문제는 중국 4대 신용평가사(청신·다궁·신세기·롄허)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도 신용평가를 받은 기록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중국 신용평가사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현재 중국 회사채 가운데 약 49%가 'AAA' 등급이다. 'AA+' 등급도 20%에 달한다. 중국 기업 신용등급에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혜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유기업이 발행한 채권 비중이 커 신용등급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도덕적 해이도 따져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결국 중국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