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 강경해졌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북한의 배후에서 움직이며 북·미 정상회담을 방해하고 있다는 '중국역할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 중국산 정보기술(IT)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미·중 간 무역갈등을 재점화한 것도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미·중 무역협상을 할 예정인 월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북·미 정상회담을 방해하지 말라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고 보도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무역 문제가 북한 핵 프로그램과 연관돼 있다고 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돕는다면 무역 문제에서 보다 좋은 조건을 제기할 것이라며 중국의 선택권을 키웠다”고 밝혔다.
글레이저 고문은 “이런 황당한 발언을 정보 브리핑 등에서 제공한 것일텐데 내 관점에서는 중국이 회담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보도했다.
차오 퉁 카네기-칭화국제정책센터 연구원은 “북의 개방 움직임은 김정은이 버림받은 나라에서 세계와 경제가 연결된 현대국가로 장기적인 전환을 시작하길 원한다는 것으로, 중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목표”라며 “회담이 실패하면 미국이 최대 압박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중국은 매우 불편한 위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워싱턴과 평양의 화해 분위기 구축과 함께 워싱턴과 서울의 연대가 원활히 진행되는 두 가지 점을 모두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글레이저 고문은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핵실험을 중단한 데 이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장을 포기한 것을 시진핑 주석은 한 대 맞은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시 주석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미국과 한국 관계를 이간질하고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담당은 “시 주석이 속도조절을 원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무산시키지 않으려 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 문제에 빠져 있는 걸 원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아시아 핵 위협에 집중해 있는 동안 중국은 주변 해역에서 군사력을 키워 왔다”고 분석했다.
카지아니스는 “누구도 미국에서의 중국 무역협상과 김정은의 두 번째 방중 이후 대미 강경 태도 돌변을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통신사 ZTE에 대한 벌금 부과를 축소한 조치는 시 주석이 대응을 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 정부 관료들이 대중 무역 강경책으로 돌아가려 하는 측과 무역 전쟁 가능성을 꺼림칙해 하는 측으로 나뉘어 충돌하는 위기에 중국이 놓여 있는 가운데 중국이 벌이는 게임이 무역 합의의 반대급부로 김정은을 테이블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면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라며 “중국의 강경파들이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역 분쟁 합의와 북한의 비핵화가 연관이 있겠지만 노골적으로 이를 연결지을 경우 중국의 강경파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레이저 고문은 “중국이 현재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며 “시 주석은 북한과 두 번의 회담을 했고 한국과의 관계도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