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도 中기업 디폴트 공포 확산

2018-05-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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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ABCP에 상당수 투자

금리 오르며 부실기업 증가 전망

중국 기업에 앞다퉈 투자해온 우리 증권가도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휘말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털은 3억5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한 채권 원리금을 만기일인 이달 11일 상환하지 않았다. 모기업인 CERCG가 지급보증을 섰지만, 결국 디폴트 처리됐다.

불똥은 우리 증권가에도 곧바로 튀었다. 해당 채권을 바탕으로 내놓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적지 않은 국내 증권사가 투자했다. 자산운용사도 이 ABCP를 채권형펀드에 담았다.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12차'는 이달 8일 CERCG에서 지급보증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어치 ABCP(만기 2018년 11월 6일)를 발행했다. 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이다.

애초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ABCP에 대한 신용등급을 우량 기업에 부여하는 'A2'로 제시했었다. 그랬다가 뒤늦게 'C'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디폴트 사태로 ABCP 상환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는 A2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믿고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현대차투자증권(500억원)과 KB증권(20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이 해당 ABCP를 사들였다.

이 ABCP를 편입한 공모펀드 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KTB자산운용이 내놓은 'KTB전단채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자산은 4000억원 이상이다.

KTB자산운용 측은 "환매 청구에 응하면 투자자 간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환매 연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BCP 평가액 대비 약 80%에 해당하는 39억원을 상각처리했다"고 말했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골든브릿지으뜸단기채펀드'(자산 466억원)와 '골든브릿지스마트단기채펀드'(839억원)도 해당 ABCP를 담고 있다. 이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로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올해 들어 긴축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신 관리가 깐깐해지고, 도미노 디폴트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미 1년 전부터 상황은 나빴다. 미국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29개가 디폴트 처리됐다. 전년 대비 4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7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죄기에 나섰다. 올해 들어서도 2차례에 걸쳐 단기자금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차입금리가 치솟으면서 소형 은행과 부실기업이 줄줄이 디폴트 처리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디폴트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부실기업은 앞으로 회사채 발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ABCP를 발행한 증권사나 펀드에 담은 자산운용사 탓에 다른 중국 관련 상품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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