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스토리-마화텅⑤]짝퉁으로 게임 평정한 진짜 '영광의 왕'

2018-05-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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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과 마화텅]



# 위챗 성공학의 3대 요소

위챗의 성공에는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한몫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의 진입을 막아준 덕도 봤다. 하지만 마화텅의 위챗 성공학의 3대 요소는 기억해 놓을 만하다.

첫째는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하는 센스이다. PC메신저가 지고 모바일메신저가 막 떠오르는 그 시점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달려들었다. 둘째는 그냥 달려든 게 아니라, 잘나가는 선발주자의 장점을 베끼고 그 위에 부가적 매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만들었다. 셋째는 중국시장의 특징과 장점을 십분 활용할 줄 알았다. 중국인의 취향과 연결하고 가려운 데를 긁어줬다. 거대인구의 위력을 끌어낸 비결은, 중국인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 한국 게임을 수입 유통시켜 재미를 보다

2003년 QQ쇼가 대박을 내기 시작할 때, 마화텅은 QQ.com이라는 포털을 만들었다. 이 포털에서 그간 꿈꿔온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이때의 게임이란 말은, 은유이기도 하지만 실제이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게임을 가져와 포털에 유통시키면서, 스스로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는 투트랙 전략을 쓴다.

다른 나라들의 게임이라고 하지만, 상당수는 한국 게임이다. 2003년 3D 온라인게임 세피로스를 수입하면서 흥행 가능성을 엿본 그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 3대 게임을 수입해서 중국 시장을 뒤흔든다. '크로스'와 '던전'은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FPS 및 횡스크롤 액션게임으로 자리잡았다. 또 '블레이드'는 MMORPG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최근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도 수입해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에게도 텐센트는 괜찮은 파트너다. 제작사와 유통사 간의 분쟁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든든한 유통력을 바탕으로 대륙의 흥행을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을 유통시키면서 입지를 굳힌 마화텅은 2008년부터 해외의 다른 게임들도 수입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AOS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를 일찌감치 소개했다. 그는 아예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회사인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해버렸다.
 

[텐센트 로고]



# 재탕, 삼탕한 게임으로 시작한 QQ탕

투트랙의 한쪽인 자체 게임 개발은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 선보인 것은 QQ탕과 QQ스피드였다. 일본 허드슨의 봄버맨을 재탕한 크레이지아케이드를 삼탕한 것이 QQ탕이다. 또 닌텐도의 마리오카트를 재탕한 카트라이더를 삼탕한 게임이 QQ스피드다. 마화텅의 첫 짝퉁게임들은 조악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투자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다양한 내공을 쌓았고 강력한 게임 개발자로 변신했다.

모바일 AOS게임인 영광의왕(왕자영요)은 작년 2017년 한해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대박을 낸 모바일게임이다. 가입자 2억명, 하루 실사용자 5천만명을 헤아리는 영광의왕은 작년 1분기에만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이 게임에 중독된 게이머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고, 중국 당국은 게임 규제 문제를 거론했다. 영광의왕은 마화텅의 창조적 작품일까. 그럴 리 있겠는가. 리그오브레전드를 모바일에 옮긴 것이 그의 솜씨다. 아마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해버린 건, 짝퉁논란에서 자유로워지려는 그의 '보험'인지도 모른다. 카카오톡을 베낄 때도 그랬듯이 말이다.

# 영광의왕으로 세계 게임계를 제패하다

이제 텐센트는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사이자 유통사이다. 게임업계 전통강호인 소니, 닌텐도, 액티비전블리자드는, 텐센트에게 '게임'이 되지 않는 상대로 전락했다. 2016년 기록을 보면, 세계 게임시장 매출 13%를 마화텅이 삼켰다. 텐센트 매출 중에서 게임매출의 비중이 거의 절반이다. 

마화텅의 두 가지 사업 영역은, 정확하게 중국인의 니즈를 읽어낸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그들의 꽌시(인적 네트워크) 문화를 동시대적인 테크놀로지로 풀어낸 것이었다. 온라인 게임은 네트워크 속에서 그들을 놀게 하고 경합하게 하는 장치다. 중국인들의 오락과 도박 성향을 네트워크와 접목한 것이다. 중국시장을 움직인 마화텅의 힘은, 외국의 똑똑한 선발주자들이 일궈놓은 디지털 영역의 서비스들을 '중국적인 것'으로 살짝 바꿔 입힌 것에서 나왔다. 이미 망하고 쇠락한 선발들이 똑똑한가, 재탕 삼탕한 짝퉁 전문가로 181억 달러의 억만장자에까지 이른 마화텅이 똑똑한가.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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