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투라는 감정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절대로 질투할 수 없는, 그런 대상은 없다.
2. 질투는 하나의 완성된 감정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감정 속에 은밀하게 삽입되어 암약하는 '부분 감정'이다. 가장 잘 끼어드는 데는, 물론 사랑이란 빛나는 감정이다. 질투는 그것의 흑점에 박힌다.
3. 부러움이란 감정에는 질투가 비슷한 무늬로 뒤엉켜 있다. 부끄러움, 고마움, 자랑스러움, 존경스러움, 귀여움, 미움, 그리움, 야속함, 쓸쓸함, 서운함, 흐뭇함 속에서도 곰곰히 살피면 1% 이상의 질투를 발견할 수 있을 때가 많다.
4. 질투는 존재의 정체성과 자부심, 그리고 에고이즘과 결부된 감정이며, 한 존재가 그 가치를 영위하기 위한 경쟁심의 산물이다.
5. 질투는 타오른다. 처음엔 실불처럼 타오르더라도 결국, 그것이 하나의 감정 모두를 불 태우고, 존재와 관계를 전소시키기도 한다.
6.질투를 진정시키려고 이성적인 충고를 해주는 것은 종종 질투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된다. 질투에는 눈이 달려있지 않다.
7.질투는 흔히 자아분열의 형태로 진행된다. 질투하는 정신과 만류하는 정신이 서로 멱살을 잡고 있다. 처음엔 만류하는 정신의 압도적인 우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투에게 존재 전부를 내준다.
8.질투는 이미 진 게임에 대한 불만과 불복(不服)이다.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는 논리에 방해되는 모든 증거들은 제거할 심산이며, 모든 장애물은, 마구 베어넘길 충동으로 가득 차 있다.
9.가벼운 질투는 생을 활기있게 하는 '주사제'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질투가 가볍다고 해서, 질투의 내용이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질투의 무게는 질투당하는 대상이 당할 사형(私刑)의 크기를 암시할 뿐이다.
10. 모든 질투는, 사랑하는 마음과 닮아 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정신이, 그것의 상대적 결핍에 항의하고 있는 상태이다.
11. 흔히 여성들이 남성보다 질투가 많다는 말을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 원인을 사랑의 수요-공급 원리에서 찾는다.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사랑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때가 많았다. 사랑을 쟁취해야 하는 환경에서 질투심은 고조되기 쉽다. 사랑과 관련한 질투가 아닌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질투심이 강하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