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AI가 사람의 글쓰기를 평가하는 시대가 열렸다. 중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 대신 AI가 학생들의 에세이를 채점하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27일 중국 정부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들을 인용해 "4곳 중 1곳의 학교가 AI로 학생들의 과제물을 평가하는 강력한 기계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AI 평가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질의응답 사이트 '지후(Zhihu)'의 한 이용자는 해당 시스템이 워싱턴포스트(WP)의 한 기사를 평가한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AI는 100점 만점에 71.5점을 주면서 "어휘가 풍부하고 적절한 반면, 학술적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고 평했다.
이 프로젝트는 6만개 학교, 1억2000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는 물론 학생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AI를 이용한 채점 결과는 현재 내부 테스트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학생들의 실제 학업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AI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점찍고 'AI 대국'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AI 산업 육성에 나섰다. 국무원은 지난해 7월에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을 발표하고 AI 강국 건설을 선언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투자와 육성 정책에 힘입어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중국의 AI 바둑 프로그램 '줴이'가 일본의 '딥젠고'를 꺾고 우승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행한 '중국 AI 산업 현황 및 발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의 딥러닝(심층학습) 분야 논문 수 증가율은 186%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AI 관련 특허 신청이 전년 대비 45.9% 증가했다. 연구원은 중국의 AI 산업이 2019년까지 344억3000만 위안(약 5조7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 기업 또한 앞다퉈 AI 산업 육성에 발맞추고 있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8'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 '아폴로 2.0'을 공개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클라우드 또한 중국 주요 도시에서 AI 프로그램 ET를 활용해 공공서비스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