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취소한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담을 위한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 개최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번 회담 성사 과정의 우여곡절을 상세히 전하는 한편, 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대국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논조의 글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첫 시작부터 어긋날 경우, 자칫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리비아식 해법
라오 수석은 북·미정상회담을 가로막는 미국의 3가지 협상조건 중 첫 번째로 ‘리비아 모델’을 적용한 북한 비핵화 방식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미국은 ‘선 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을 제안해 왔다”며 “미국은 무하마드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는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북한을 자극했다. 불필요한 자극은 회담 개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식 모델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최근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 모델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은 공식 담화를 통해 “핵 개발의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핵 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하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의 이상 신호를 감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자신과 비핵화 합의를 할 경우, 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리비아 모델을 북핵 해법에 적용하지 않겠다. 나는 기꺼이 많은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섰다.
◆ 과도한 압박
이어 라오 수석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과도한 압박을 정상회담의 두 번째 장애물로 꼽았다. 그는 “북한은 지난 9일 북한에 붙잡혀 있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한 데 이어 24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까지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핵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해야 한다는 등 강경파들의 자극적인 언행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리비아 정권과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한 북한이 미국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의 이러한 압박은 고질적인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만 하지 말고, 최근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인정하고 신뢰를 쌓아가며 협상해야 한다”면서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압박하는 고압적인 협상전략을 버리고 화해 손짓을 보내면서 북한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일방적인 요구
마지막으로 라오 수석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미국의 고압적인 협상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미국인 인질 석방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 응한 것 외에는 아무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요구와 압박에 북한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복숭아를 선물 받고 자두로 보답하다’라는 중국의 옛 속담을 인용하며 "외교의 원칙은 서로 원하는 이익을 주고받는 것이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북한은 미국에 선물을 보내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아무것도 내줄 생각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실무 단계의 협상과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미국은 제재 완화와 안보 보장 등 실질적인 보상이 준비됐음을 북한에 미리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