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홍성환]
#그 노인의 독후감은 이랬습니다. "자기(수필가) 집 뜰이 좁아서 꽃을 못 심는다나 뭐 그런 걸 썼어." 못마땅하다는 투가 역력했습니다. (중략) 여러분이나 우리같이 먹물 좀 든 사람들은 그 여류문인이 펼치는 현란한 언어 구사에 사로잡히게 마련이죠.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31쪽>(신영복·돌베개)
어쩌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다 보니 글을 쓸 때마다 고민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럴수록 과장을 하거나 어려운 단어, 화려한 표현을 써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부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것이죠. 그래서 시간이 지나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항상 부끄럽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사람들의 모습은 화려합니다. 항상 이태원, 한남동의 멋진 카페와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고,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실제 모습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이고, 평소에는 유니클로 티셔츠를 입고, 주말이면 일에 지쳐 집에 틀어박혀 종일 잠만 잡니다.
온라인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상당한 셈이죠.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보여주는 게 무서워서 화려함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글이든 그 사람 자체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발견한 저 노인의 한마디는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읽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너무 뻔한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