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선언한 우리은행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20일 이사회와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 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지주사 전환 방침을 밝혔다.
우리은행이 이번에 다시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현재 은행 체제로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출자여력은 6000억~7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한도가 7조원까지 늘어나 비(非)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한 후 증자를 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종금을 계속 종금사로 운영하면서 증권사 인수를 별도로 추진할 수도 있다. 또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오는 2021년 도입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우리은행이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지주회사 설립 시기는 내년 초로 설정했다. 인가 과정이 최소 3개월 걸리는 점과 금융당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금융당국에 예비 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순께 이사회 결의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예비 인가 신청 후 60일간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본인가를 신청하고, 30일간 심사를 거친 후 지주사 전환을 최종 승인한다.
우리은행은 이후 주주총회와 주식 상장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우리금융지주로 공식 출범한다. 지주사 전환을 신청하면 이론적으로는 3개월 후 승인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우리은행의 수익규모가 비슷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비은행부문까지 합치면 영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대한 승인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