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언론이 북한의 태도 변화의 배후에 중국이 있는 것 아니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진정으로 원하며 미국과 한국은 각자의 대북정책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9일 '북한 표정변화, 미국 비난말고 변화해야'라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 "북한이 갑자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 때문"이라며 "중국을 탓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북한이 갑자기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을 비난하자 일부 서방매체가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보도했고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고 난 뒤 태도를 바꿨다"면서 이를 중국과 연관지은 것에 대한 반응이다.
북한의 변화는 미국이 계속해서 기존의 강경 입장만 고수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고 핵실험장 폐기, 3명의 미국인 인질 석방 등 선물을 전했음에도 미국이 계속해 북한에 '더 큰 선물'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거래가 성사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이 협박을 통해 북한이 그 어떤 요구도 수용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했을 때 미국이 속수무책이었던 기억을 벌써 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신문은 또 "북핵과 관련해 이미 수 차례 협의가 이뤄졌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체인 북한이 무슨 자본이 있어 미국을 계속 속이고 리비아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란 핵협약을 폐기한 미국을 조건없이 신뢰할 용기를 낼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이웃국으로 진정으로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를 원하는 파트너라고도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진심으로 바라며 동시에 중국의 의견을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고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순항하는 듯 했던 한반도 비핵화 여정이 북한의 변화로 흔들리면서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증폭됐다.
한국도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오는 2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으로 미국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핵을 포기해야 보상을 제공한다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리비아와 북한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