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담금 태풍에 휩쓸린 재건축 시장…살 길 찾는 '비강남'

2018-05-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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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 '1대 1 재건축' 추진…5개 단지 '통합 리모델링' 진행

상계동·목동 재건축…"안전진단부터 해결하고 보자"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예정액이 통보되면서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다양한 방법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부담금을 낸다는 건 다 알고 있죠. 그래도 1대 1 재건축을하면 부담금이 낮아진다고 하니까 다들 '돈 벌어보겠다'보단 '내 돈 내고 내 아파트 지어서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아파트 인근 D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에  초과이익환수금 폭탄이 떨어진 이후 용산·여의도·노원 등 비강남 재건축 단지도 수익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주말 용산구 일대 재건축 단지에서는 편안한 옷차림의 주민들이 1층에 늘어선 중개업소 앞을 지나만 갈 뿐, 업소로 들어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중개업소에 들어가 보니 매물을 물어보는 전화도 있었지만 통화는 그리 지속되진 못했다.

◆ 1대 1 재건축부터 리모델링까지…"나만의 길 간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왕궁맨션은 지난 11일 '1대 1 재건축' 추진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입안 신청했다. 1974년에 준공된 이 단지는 재건축 뒤 현재와 같은 250가구로 탈바꿈된다.

'제자리 재건축'이라고도 불리는 1대 1 방식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명시된 법적 용어는 아니다. 도정법에선 재건축 시 조합원 집을 기존 크기의 30% 이하로 지으면 소형주택 의무 건립 규정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즉 비슷한 규모의 집으로 옮겨가다 보니 이를 1대 1 재건축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왕궁맨션도 현재 전용면적 102㎡에서 121㎡로 재탄생한다.

1대 1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제와 직접 관련은 없다. 하지만 크기를 유지하려는 중대형 단지에서 고급화를 통해 공사비를 늘리면 환수금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수금을 산정할 땐 준공 시점 아파트값에서 사업 시작 시 아파트값과 공사비 등을 뺀 것을 이익으로 본다. 공사비가 높아지면 이익이 감소해 환수금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왕궁맨션 인근 I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들 '내 돈내고 내 아파트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전용면적 102㎡가 14억~16억원에 매맷값이 형성돼 있고, 재건축 시 건축비가 5억원 이상이라고 하니 총 2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환수금보다 양도소득세 중과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매맷값과 호가가 같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후 거래가 둔화되면서 호가가 조정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촌동에선 대규모 리모델링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한가람·강촌·이촌코오롱·한강대우·이촌우성 등 총 5개 단지, 5000여가구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적용되는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G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에 비해 연한이 짧은 리모델링 단지는 아직 거주하기 괜찮다보니 매입자들은 살다가 적당한 시기가 되면 팔 계획"이라며 "확실히 재건축해서 돈 벌겠다는 사람은 줄었다"고 말했다.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 갈 수 있는 데까진 가보자…"환수금 말고 넘어야 할 산 많아"

강북권에선 대규모 재건축 예정 단지가 몰린 노원구 상계동과 영등포구 목동이 있지만, 이들에겐 환수금보다 눈앞에 닥친 '안전진단' 문제가 시급하다.

내년까지 총 16개 단지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는 상계주공아파트(약 3만가구)는 올 초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율을 20%에서 50%로 강화하면서 5단지를 뺀 나머지 단지들이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1987년 준공된 5단지는 작년 9월 노원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해 강화되기 이전의 요건을 적용받는다. 이에 5단지는 매맷값이 꾸준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단지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조합도 없는 초기 단계인 데다 안전진단만 접수된 상태인데도 가격이 한 달, 한 달 다르다"며 "현재 전용 31㎡의 매맷값이 3억9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작년 4월 2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1년 사이 1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이 단지는 지난 3월엔 신탁사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조합원이 신탁사에 재산을 맡기는 신탁방식 재건축은 부담금 부과 대상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부가 그 대상을 기존 조합·조합원에서 '신탁업자와 위탁자인 토지 등 소유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신탁방식도 부담금 대상이 됐다.

총 14개 단지, 2만7000여가구에 이르는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도 안전진단 문턱부터 넘고 보겠다는 심산이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단지들은 강화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용역비만 날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못하고 있다.

목동 재건축을 위한 모임인 앙천연대시민연합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 계산 시점이 추진위원회 설립때부터 준공 때까지의 차액이다. 그러므로 추진위 설립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때문에 준비위에서 철저히 대비해, 추진위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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