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로 민간 로켓개발업체가 상업용 로켓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우주 개발이 더 이상 중국 국가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판 스페이스 X'의 탄생이라고 묘사했다.
18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중국 민간 로켓개발업체인 충칭(重慶) '링이쿵젠(零一空間·원스페이스)'이 전날 오전 7시33분경 중국 서부 한 발사장에서 중국 첫 민간 상업용 로켓 '충칭 량장즈싱(兩江之星)'을 시험 발사했다. 로켓은 5분여간 비행 후 예상 목표지역에 추락하며 발사 성공을 알렸다.
량장즈싱은 저비용 고체원료, 무선통신 등 혁신기술을 활용하고 로켓 설계를 간소화해 설비 중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비록 작지만 연료·공기·자세제어력을 조절할 수 있는 제어시스템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고객 요구에 따라 설계해 각종 복잡한 비행궤도로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게 링이쿵젠 측의 설명이다.
링이쿵젠은 OS-X 외에 중대형 로켓인 OX-M 시리즈 로켓도 개발하고 있다. 발사 비용은 1㎏당 1만 달러 정도로, 국제적 통용 비용보다 3분의 1 싸다는 게 장점이다.
링이쿵젠은 지난 2015년 설립된 신생 우주과기 스타트업이다. 창업자는 올해 32세인 수창(舒暢) CEO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군수산업에서 민간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하자는 이른바 '군민융합(軍民融合·방산산업 민영화)'을 제창한 게 그가 링이쿵젠을 창업한 배경이다.
수 CEO는 "지구에서 1000㎞ 이하 떨어진 근거리 궤도는 민간에 개방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며 "중국도 이러한 기회를 잡지 않으면 중국 우주강국의 꿈은 국유기업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1t급 이상 대형 위성 시장 절반은 스페이스 X가 장악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엘론 머스크가 2002년 창업한 민간 우주기업이다.
그래서 링이쿵젠이 공략한 게 500㎏ 이하 소형 위성시장이다. 통신·기상관측·원격 모니터링 등에 주로 활용되는 소형위성은 3~5년에 한번씩 교체하는 게 특징이다. 중국 내 소형위성 수요도 크다. 중국은 향후 3년간 소형위성 수요가 1000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여타 스타트업 기업과 마찬가지로 링이쿵젠도 창업 초기 연구개발(R&D)이나 공급업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내에서 로켓 엔진, 비행제어 모듈 등 부품을 확보하는 게 워낙 어렵다보니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링이쿵젠은 스페이스X를 모방해 전통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부품 공급체인을 구축했다. 실제로 링이쿵젠의 부품 납품상 80%는 우주와 관련없는 기업으로, 이 중 60%는 민영기업이다.
시장에서는 링이쿵젠을 '중국판 스페이스X'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이에 대해 수창 CEO는 "우리가 원하는 건 '우주계의 화웨이'"라며 단순히 말만 앞세우는 게 아닌 화웨이처럼 착실하게 묵묵히 노력하는 기업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0년까지 연간 50기 이상 로켓(소형 20기 이상, 대형 30기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초기 자본금 1000만 위안으로 시작한 링이쿵젠은 3년 만에 5억 위안 이상 투자금을 유치했다. 여기엔 레노버, 자오상쥐(招商局), 충칭량장항투(兩江航投)집단 등 기업 외에 장쯔이(章子怡), 황샤오밍(黃曉明), 리빙빙(李冰冰)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벤처캐피털 스타 VC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 상업용 로켓 시장 가치는 4850억 달러(약 517조원)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은 2020년까지 1250억 달러(약 1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