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더 이상 운전자가 아니라 승객이다.”
그레고리 바라토프 자율주행 개발 총괄 상무는 지난 16일 충청남도 서산자율주행시험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독자개발 센서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 센서와 시스템 등의 공급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6월 완공한 자율주행시험장은 미래차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 테스트 베드를 목표로 지어졌다. 이를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 총 면적 112만㎡(약 34만평)에 자율주행과 관련된 시험을 하는 첨단 시험로와 레이더 시험로 등 14개의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신호와 물체를 읽는 자율주행 시스템
M.BILLY(엠빌리)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차량과 다를 바 없지만 실내에는 도로 신호 상황과 차량의 핸들 꺾임 등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비롯해 미래차의 신기술이 집약된 형태다.
뒷좌석에 직접 타 본 엠빌리는 운전자만 없을 뿐, 사람이 실제 운전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줬다. 사거리 교차로에 진입하자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해 신호 대기를 받기 위해 멈춰 섰고, 신호가 바뀐 후엔 알아서 핸들이 돌아가며 주행을 이어갔다.
자율주행의 3대 핵심기술은 인지, 판단, 제어다. 차가 스스로 차량 내외부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제동과 조향 등을 제어하는 것이다. 세 가지 기술을 모두 확보해야만 자율주행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현대모비스의 방향이다.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현재 엠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엠빌리가 주행로에서 낸 최고 속력은 시속 40km다. 실제 도로에선 시속 8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지만 아직 사람이 운전할 때만큼의 속력을 낼 수 없는 부분은 아쉬웠다. 하지만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옆으로 돌아나가기도 하고 원형 회전 교차로도 막힘없이 통과하는 모습은 앞으로 남은 미래차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율주행 시험의 장 ‘첨단 시험로·레이더 시험로’
현대모비스는 지난 1년간 시험장의 가동률과 시험차량 대수를 꾸준히 늘리며 핵심부품 성능과 내구성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자 센서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이를 적용한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첨단 시험로와 레이더 시험로의 시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첨단 시험로는 버스 승강장, 원형 교차로, 신호등, 자율주차 평가장 등을 구현해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센서 성능을 검증하는 곳이다. 이우식 ICT시험개발실장은 “도심 환경에서 자율주행차의 인지, 판단, 제어를 종합적으로 시험해 자율주행기술의 신뢰도와 성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 길이만 250m에 달하는 레이더 시험로는 레이더의 신뢰도와 성능을 높이는 시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측정 항목은 탐지 거리와 각도, 분해능과 정확도다. 이우식 실장은 “시험개발은 부품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설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며 “각각의 단위 부품에 대한 시험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시스템 단위로 확장해 최적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조향 안정성과 제동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험로 역시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었다. 엘크 테스트는 급격한 차선 변경시 차가 미끄러지거나 선로를 이탈하지 않는지를 시험하는데, 여기서 엘크는 북미와 유럽 등에 서식하는 큰 야생 사슴을 의미한다고 한다.
기자가 함께 탄 차량은 시험 주행이 시작되자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핸들을 급하게 꺾어댔다. 안색이 변한 기자를 본 장지현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시속 60km 정도로 급차선 변경을 시도했는데 해외에선 엘크 테스트를 몇 km 속도에 통과하느냐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