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급회담 연기선언] ‘북미회담 앞두고 기싸움’ VS ‘대결국면 회귀’…무기한 연기 배경

2018-05-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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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기로 맞은 '北·美 정상회담'…볼턴 등 대북강경파 견제성격

대미협상력 강화 목적도 있어…민족공동행사 등 남북관계 비상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16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회동하고, 북한의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 비난과 남북 고위급회담 중지 결정 등과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산 공군기지에 맥스선더 훈련에 참가 중인 미 공군 지상공격기 A-10 선더볼트가 착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강요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이 중대한 기로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4·27 판문점 선언 이행 등 남북 관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력 강화 수순··· 볼턴 등 대북강경파 견제용 분석도

북한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조·미 수뇌회담 재고려' 입장을 밝힌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조율과정에서 미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때만 해도 ‘만족할 만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비핵화 방법론과 시기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이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한 핵무기 반출', ‘생화학무기 폐기’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대북 요구 수위를 높였다.

특히 이번 담화가 미국의 강경한 주장을 대표하는 볼턴 보좌관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며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미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시험하는 등 북·미 회담을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봤다.

컬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는 CNN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양보와 경제·정치적 이득을 얻어내려 했던 것과 똑같이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무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나설 것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며, 핵무기 없는 북한 외에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랠프 코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북한의 규범적 행동"이라며 "북한은 상황을 통제하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시험해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접촉을 진행하면서 조건이 맞지 않자, 북한이 남북 관계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이나 불만을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와 함께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중재자를 자임하는 한국에도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6·15 민족공동행사·8·15 이산가족 상봉행사 줄줄이 비상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에 따라 향후 일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10년 만에 열리는 6·15 민족공동행사가 진행돼도 남북 간 협의 기간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준비 기간이 2∼3개월 정도라는 점에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달 중 열기로 한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다만 23∼25일로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다시 높아져 남북 고위급회담 일정이 재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정도 일로 남북 대화의 판이 깨질 것 같진 않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잘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충돌한 북한이 대화의 끈인 남북 관계 전체를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북한이 '북·미 회담 개최 재고려'를 언급했지만 북한이 협상 파트너인 폼페이오 장관을 거론하지 않았고, 담화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이 아닌 김 부상 명의로 나온 것으로 봤을 때 완전히 판을 깨겠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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