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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DB]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뿔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가 현대자동차그룹을 지지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정부조차 바람직하다고 평가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상장사협·코스닥협은 이를 '상시적인 경영권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장치로 먹튀 막아야
상장사협·코스닥협은 "잊을 만하면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간섭하고 경영권을 위협한다"며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더 미루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요구하는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장치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견고하게 해준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싸게 살 권리를 주는 것이다. 모두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한 제도다.
상장사협·코스닥협은 반기업정서를 악용해 배를 불리는 투기자본을 견제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아직까지는 경영권 방어장치가 자사주 매입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2003년 'SK·소버린 사태', 2005년에는 'KT&G·칼아이칸 사태', 2015년 '엘리엇·삼성 사태'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에는 엘리엇이 현대차를 타깃으로 삼았다.
상장사협은 “SK와 KT&G 사태로 투기자본이 얻은 이익만 1조원을 넘어선다"며 "정부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 측 요구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바라는 지주 전환은 공정거래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같은 산업자본은 현행법상 지주를 세워 금융사(현대캐피탈·현대카드·현대라이프생명·현대커머셜·현대차투자증권)를 거느릴 수 없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엘리엇 방지법'(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투기자본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스팅보터 역할 커진 국민연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터 역할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오는 29일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합병안을 상정한다.
현대모비스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은 현재 기아자동차(16.9%)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0%)과 현대제철(5.7%), 현대글로비스(0.7%) 지분을 합쳐도 총 30.2%로 과반에는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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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16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정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회장,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김영재 대덕전자 회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민연금은 9.8% 주식을 가지고 있다. 단일주주로는 기아차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은 48.6%다.
주총이 성립되려면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3분의1 이상 참석해야 한다. 다시 참석 지분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은 통과된다.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외국계 자본에 이길 공산이 크다.
◆과장된 공포일 뿐이란 지적도
외국 투기자본을 둘러싼 논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장된 공포'라는 지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소수 지분을 가진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침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을 보면 총수 측 내부지분율이 2011년 53.5%로 반을 넘어섰고, 2017년에는 58.3%까지 늘었다. 내부지분은 총수 일가뿐 아니라 계열사, 임원, 자사주까지 합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기자본이 아무리 주식을 매집하더라도 과반 지분을 쥔 대주주를 위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은 1.4%에 불과하다"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