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반출 장소로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를 언급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싱가포르 '최종 담판'이 남아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폐기될 핵무기를 접수, 북한 내에서 해체하지 않고 이곳으로 반입해 최종 해체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테네시주 동쪽에 위치한 오크리지는 인구 2만9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원자력 도시’, ‘비밀의 도시’로 불리며 미국 핵개발 역사의 상징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1942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핵무기 제조∙개발의 산실이었던 오크리지는 냉전 종식 후 미국이 주도한 여러 비핵화 사례에서 핵 물질 관련 장비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 볼턴 보좌관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안보·군축 담당 차관이었던 시절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의 장소이기도 하다.
2004년 1월 미국은 리비아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관련 중요 문서와 장비 25t을 오크리지 연구소로 옮겼다. 여기에는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와 장거리 미사일용 탄도미사일 유도장치 등이 포함됐다.
볼턴 보좌관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의 모델로 리비아식 핵폐기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리비아는 모든 핵 관련 시설에서 미국과 영국의 사찰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리비아식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직접 북한 핵 폐기에 개입하고 오크리지 연구소에 저장된 여러 국가들의 핵물질과 북한 핵물질을 비교 대조해 북한의 핵물질 수출 여부를 검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결정을 이행한다는 건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이송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