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발맞춰 우리은행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베트남이라는 거대 시장을 휘어잡기 위한 선봉장 역할은 김승록 법인장이 맡았다. 그는 현재 하노이·호찌민·박닌에서 3개 지점을 이끌며 베트남 영토 넓히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승록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니즈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일반인 중심으로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이미 보편화됐고, 더 나아가 핀테크 기반의 서비스 수요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중앙은행에 현지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후 약 3년 만인 2016년 10월에 신설 승인을 획득했다. 현지법인 영업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다.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 숨가쁜 1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에 진출할 때 베트남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우리은행의 진출 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현지 조사기간을 좀 더 길게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내에서도 지역과 출신별로 생활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습관, 업무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이는 바람직한 기업문화와 발전적인 비즈니스 관계 형성에도 필요한 요소다.
◆'차별화 전략'으로 베트남 고액자산가 잡는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코어뱅킹 오픈을 시작으로 같은 해 3월 인터넷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시했다. 9월에는 신용카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10월부터는 펌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전자금융서비스와 차별화된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에서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외국계 은행의 자산관리, 신용카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 가는 상황을 주목했다. 로컬은행들의 전략과 장단점을 분석해 우리은행의 강점인 지역 밀착 마케팅, IT 기반 금융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계 은행 간의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우리은행 고유의 노하우와 고유 브랜드를 바탕으로 철저한 베트남 현지화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이러한 현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다양한 성장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각오다.
우리은행의 강점 중 하나인 위비를 활용한 모바일뱅킹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은 젊은 인구가 많고, 그들의 생활패턴이 모바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내외로 국내보다 성장성이 높고 모바일 환경도 충분히 성숙해 있다.
그는 "베트남을 단순히 과거 우리의 모습 또는 과거 특정국가의 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IT, 모바일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 장단점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9년까지 네트워크 20개 구축 목표
현재 베트남우리은행이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외국계은행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네트워크 확대와 채널 다양화로 성장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채널과 상품 등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인 현지영업 추진으로 조기에 베트남 외국계은행 중 선두권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기존 하노이, 호찌민 외에 베트남 북부지역인 박닌·하이퐁, 남부지역인 동나이·빈즈엉 지역 등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5~7개 네트워크를 신설하고 있다. 2019년까지 20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우리은행이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은행과 거래를 통해 기업 경쟁력과 재무관리가 강해지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2019년까지 베트남 내 성장동력을 구축하고, 2022년까지 현지화 심화를 통해 선도은행으로 도약하며, 2026년까지 베트남 내 선도은행으로 정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리테일 뱅킹과 기업 뱅킹 분야에서 우리은행만의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영업 전략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