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하지 못하는 힘을 뺐더니….”
골프에서 ‘힘 빼는데 3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힘을 빼고 스윙하기 힘든 종목이 골프다. 인주연이 그랬다. 작년까지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샷 실수도 많았다. 별명도 ‘힘주연’이었다. 172cm의 큰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에서 나오는 장타자이지만, 그 ‘힘’이 문제였다.
인주연은 13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 뉴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공동 선두에 오른 뒤 김소이와 2차 연장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1부와 2부 투어를 오가며 이룬 KLPGA 투어 59번째 대회 출전 만에 오른 정상이다.
인주연은 이번 대회에서 3라운드 내내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뒤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인주연은 “침착하게 내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생애 첫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하게 돼 기쁘다”며 “시드를 받았다는 것이 대단히 기쁘다. 앞으로 골프를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대회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주연은 대회 기간 사흘 내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긴장하면 ‘골프 치는 꿈’을 꾼다고. 인주연은 매일 밤 골프 치는 꿈을 꾸다 깼다. 불안했던 긴장감은 이날 전반에 현실이 됐다.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잃었다.
인주연은 “나가기 전부터 잘 안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더블보기를 하고 후반에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캐디 오빠와 이야기하면서 다시 침착하게 하자는 마음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인주연은 후반에 보기 없이 결정적인 버디 2개로 만회했고, 2차 연장에서도 우승 버디 퍼트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인주연이 올해 달라진 건 ‘힘’의 차이였다. “쇼트게임을 포함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좋아졌다. 특히 작년까진 모든 샷을 힘으로만 쳤었다. 긴장되면 힘을 주체하지 못해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힘 빼고 팔로 휘두르는 느낌을 가지려고 한다. 힘 안 쓰고 편안하게 쉽게 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인주연은 “힘 빼는데 3년이 더 걸렸다”고 웃었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우승이니 ‘힘 빼는데 3년 걸린다’는 말이 낭설은 아닌 듯하다.
사실 이날 인주연의 우승은 사실 ‘힘’ 덕분이었다. 마지막 날 4개의 파5 홀에서 시원한 장타를 앞세워 모두 버디를 낚았다. 연장전을 치른 18번 홀(파4)에서도 장타를 앞세워 김소이보다 늦게 두 번째 샷을 쳤다. 쇼트 아이언 공략으로 샷 정확도가 높은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인주연은 “파5 코스 공략이 ‘즐기자는 마음을 갖고 플레이 하자’라서 즐기는 마음으로 쳤다”며 “장타자이기 때문에 짧은 아이언 샷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인주연은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이룬 첫 주인공이 됐다. 새로운 스타 탄생이다. 인주연은 “목표가 굉장히 많이 바뀔 것 같다”면서 “올해 좋은 출발을 했지만, 우승까지 할 줄은 솔직히 생각 못했다. 이제 마음을 편하게 갖고 고치고 싶은 것을 고치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대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