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의 물꼬를 틔우지 못한 미·중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사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이 나설 예정이라는 추측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다수의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미국 강경파와 합의점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며 류허(劉鶴) 부총리에 이어 왕 부주석이 직접 워싱턴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CMP는 소식통들이 '특급 소방수'로 불리는 왕 부주석이 방미를 검토 중이며 시기는 6월 말이나 7월 초가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은 미·중 무역갈등 외에도 다방면의 이슈에 대해 전략적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류 부총리와 왕 부주석을 동원한 담판을 통해서도 미·중 양국이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타협점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미국은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중국의 불공정 조치 때문이라며 시장 개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무역적자를 최소 2000억 달러 이상 축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의 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정부 측 지원을 중단하라는 의사를 중국에 전달했다. 그리고 중국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중국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는 소비 규모가 큰 미국의 문제라는 입장이며 중국은 대외개방과 공정한 무역을 위해 계속 노력했고 성과도 이미 막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해 미래 시장 비교우위 선점을 노리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핵심 발전전략인 '중국제조 2025'도 포기하기 어렵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왕 부주석이 미국 내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누가 미국을 가더라도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번 무역 갈등이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중국의 성장전략과 연관된 것으로 여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 전문 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심각한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지고 수천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1분기 중국 성장률은 6.8%를 기록했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 집권 1기에 반부패 사정활동을 주도하며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다진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올해 은퇴연령을 맞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왕 부주석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2년 중국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위기 극복을 이끌어 '특급 소방수'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