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北 끈 시진핑, 트럼프 상대 무역협상 '올인'

2018-05-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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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중 정상회담, '차이나 패싱' 논란 불식

'기울어진 운동장' 재균형, 대미 협상력 확보

협상 2라운드 진입…이견 커 장기화 가능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회담하고 있다. [신화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회담을 마무리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차이나 패싱' 논란을 뒤로 하고 미·중 무역전쟁 협상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북·중 관계 정상화가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중 간의 견해차가 커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배후 다진 中, 무역협상 테이블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9일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 7~8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만난 직후다.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북·중 최고지도자의 회동 결과에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핵의 일괄 폐기를 주장해온 미국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초조한 심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을 준비 중인 북한에 시 주석이 비빌 언덕을 제공해 준 모양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이날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미국이 비핵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경우 북·미 대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거나 추가 제재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지속되는 와중에 미국 쪽으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의 균형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시 주석을 옥죄었던 '차이나 패싱론'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중 정상의 재회동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재차 입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북·중 관계 정상화를 통해 배후를 단단히 다진 뒤 미국과의 무역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군 감축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출, 한·미 군사동맹 재조정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이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류허 미국행, 협상 전망은 불투명

미·중 무역 협상도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중국 부총리가 트럼프 행정부 경제팀과의 논의를 위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부총리의 방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무역 갈등에서 합의점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화답했다.

겅 대변인은 "평등한 협상으로 갈등과 마찰을 해소하고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은 물론 세계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판은 다시 깔렸지만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지난 3~4일 1차 무역 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8일(현지시간) 다수의 언론에 "우리는 현 시점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며 "매우 높은 수준의 논의를 했지만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도 협상 결과에 대해 "일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큰 불일치가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각자의 요구가 담긴 문서를 교환했지만 의견 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중국은 첨단산업 등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제무역학회 중국·미국·유럽 전략경제연구센터의 리융(李永) 주석은 "단 한 번의 협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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