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A주 상장사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글로벌 첨단기술시장의 1인자가 되겠다는 중국 기업들의 의지가 재확인됐다.
특히 최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인돼 향후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증권일보(證券日報)는 “중국 ZTE(中興通訊)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각 업계가 ‘반도체 산업 자립성 부족’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R&D는 혁신능력의 발현이자 과학 기술력의 구현”이라며 지난해 중국 A주 상장사들의 개발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신문은 증권시장 데이터 제공업체인 수쥐바오(數據寶)의 통계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A주 상장사들의 R&D 투자 규모가 처음으로 5000억 위안(약 84조8100억원)을 웃돌아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차신주(상장 1년 미만의 미배당 종목)를 제외한 중국 A주 상장사의 R&D 투자액은 5092억 위안을 기록했고, 매출에서의 비중도 2.31%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100억 위안 이상을 R&D에 투자한 상장사는 ZTE, 중국건축(中國建築), 중국중철(中國中鐵),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集團), 중국중차(中國中車), 중국철건(中國鐵建) 등 6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상장사는 대부분 국유기업으로 평균 시장가치는 1000억 위안을 웃돌았다.
R&D 투자에 가장 많은 비용을 사용한 기업은 ZTE로, 지난해 ZTE의 R&D 투자비용은 129억6200만 위안으로 전제 매출의 11.91%를 차지했다.
미국의 대(對) 중국기업 제재 이후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기술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자립성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다.
증권일보는 “중국에는 아직 첨단기술력이 부족한 분야가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체 산업계가 R&D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A주 상장사들의 R&D 투자액 통계치가 이를 증명한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자, 컴퓨터, 통신, 제약, 자동차산업 내 과학기술 관련 기업들의 R&D 투자가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전자산업의 R&D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다.
중국 전자산업의 지난해 R&D 비용은 465억2100만 위안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문은 “최근 5년간 전자산업 상장사들의 R&D 지출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매출 대비 R&D 지출액 비중은 2년 연속 줄었다가 지난해 5.28%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산업 상장사 81곳이 R&D 비용으로 1억 위안 이상을 지출했고, 이 중 8곳은 10억 위안이 넘는 돈을 R&D 투자에 사용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징둥팡A(京東方A)는 전체 매출의 7.43%에 달하는 69억7200만 위안을 R&D에 투자했다. 징둥팡A는 전년도보다 68.43%가 많은 비용을 R&D에 쏟아 부었고, 그 결과 징둥팡A의 R&D 인재는 3871명이 늘어난 1만7100명에 달했다.
5년 전 징둥팡A의 R&D 투자액은 20억 위안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매년 투자 규모를 늘렸고, 지난해 투자액은 약 70억 위안에 달했다. R&D 투자액 확대와 함께 회사의 실적도 크게 개선돼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무려 301.99%가 급증한 75억6800만 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전자산업 상장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인 하이캉웨이스(海康威视)도 역대 최고 수준인 31억9400만 위안을 R&D 부문에 사용했다.
하이캉웨이스는 지난 2010년부터 R&D 투자에 집중했다. 선전(深圳)증시 상장 당시 2억4000만 위안에 불과했던 R&D 투자액은 이미 30억 위안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하이캉웨이스는 세계 영상보안장비 시장 점유율 21.4%를 차지하며 6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꾸준한 R&D 투자로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SoC) 우수기업인 잉팡웨이(盈方微)는 전체 매출의 36.92%인 8900만 위안을 반도체와 응용프로그램(OS)에 개발에 주로 사용했다. 잉팡웨이는 이미 30개의 특허권과 11개의 전산 OS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온칩은 한 개의 칩에 완전 구동이 가능한 제품과 시스템이 포함된 것을 뜻하는 기술집약적 반도체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미국 페이스북도 시스템온칩 자체 개발에 돌입을 뜻하는 반도체 관련 채용공고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