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소아조로증을 아시나요?
'소아조로증'이란 어린 아이들에게 조기 노화현상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인데요.
소아조로증 환자의 경우 평균 수명이 15세~17세 밖에 되지 않아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불립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가 한명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홍원기군의 아버지인 홍성원씨의 인터뷰입니다.
Q. 간혹 부모님이 아이의 아픔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아는 경우가 있는데 아버님께서는 원기가 소아조로증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나요?
A. 저는 아무래도 부모가 오히려 자식을 제대로 못 본다고 생각해요.
약간 왜곡되어 있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아이들한테 심어놓는 것 같아요.
내 아이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도, 원기에게 분명히 이상이 있었는데 자꾸 원기를 그냥 건강하고 멀쩡한 아이로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신앙인이고 목사이다 보니까 좋게 바라보고 멀쩡하게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하면 건강한 아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원기가 5살이 되었을 때,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대학병원 간호사 분께서 원기가 검사를 받도록 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춘천에 있을 때 한림대병원에서 원기가 검사를 하게 돼 알게 됐죠.
Q, 5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예 모르셨던 건가요?
A. 느낌은 있었어요. 어딘가 이상하니까,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머리카락도 없었고, 되게 왜소했으니까요.
그런데도 그것을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Q. 소아조로증이라는 걸 알게 되고, 원기에 대해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해 그 전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그 전에는 사실 내 아이를, ‘내가 바라는 내 아이’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원하고, 내가 기대하고, 내가 소망하고. 그런데 원기가 아프다는 것을 통해서, 원기의 삶이,
그리고 시간이 나보다 짧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무리 사랑하는 아빠이고 부모이지만
내가 원하고 내가 바라고 내가 행복한 그런 게 아니라 원기가 정말 원하고 행복해하는 것 그리고 원기가 정말 즐거워하는 것
그걸 해주게 하는 것, 그걸 같이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과연 아이들이 정말 공부하는 걸 좋아할까? 과연 아이들이 여러 가지 외국어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할까?
그것은 부모의 생각이에요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것과 다른 것이거든요.
Q.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이걸 하면 미래에 행복할 거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것(공부)을 강요하며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님께서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A. 한국에 있는 부모들의 굉장히 잘못된 것 중에 하나가 공부에 대한 것 같아요
본인도 학생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안 했으면서, 혹은 재미가 없었으면서, 내 아이는 공부를 잘 할 거라 생각하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되게 웃긴 거고 그걸 위해서 정말 공부를 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얘기 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자꾸 누군가가 도와주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하는 방식들만 자꾸 취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바쁘고 돈을 좀 더 많이 버는 부모님들이 특히 더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돈을 버니까’ ‘내가 바쁘니까’라는 생각으로 자녀가 공부를 좀 더 잘하도록 자꾸 강요하게 되는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지 말아라!’ ‘하라!’ 이걸 얘기하기 전에, 내 아이가 정말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아이인지를 물어보고 관찰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게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깊이 부모님들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서울대학교를 나오면, 정말 그 아이의 인생이 행복하고, 성공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부모님들이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당장 공부 잘해서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이것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저는 그 부분이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리고 정말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것에 소질이 있는지 이걸 먼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그 다음에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 아이가 진짜 잘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공부해라” “하지 말아라” 이런 것 가지고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지금의 원기는 어떠한 아이인가요?
A, 지금의 원기는 참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요. (웃음)
지금 원기는 대안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지금 검정고시도 통과가 될지 안 될지 불안한 상황이에요.
최소한의 학력을 가질 수 있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기를 바라고 있죠.
또, 원기는 지금 일본의 ‘가면라이더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장난감에 아주 깊이 빠져 있어요. 매일 집에서 그 가면라이더 장난감을 계속 가지고 노는 아이예요. 제 경제적인 능력이 되는 한 계속 사주다 보니 저희 집에 원기 장난감이(집도 좀 작은 편인데) 너무 많아져서 걱정입니다.
Q. 원기가 콜롬비아의 ‘미구엘’이라는 친구를 만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원기도 몸이 약한 아이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게 많았어요.
자기가 먼저이고, 우리가 배려해주는데도 더 많이 배려를 해달라고 했던 그런 아이인데,
‘미구엘’이라는 아이를 보면서 자기와 동갑인데 자기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에서 살고 있고
몸도 더 좋지 않은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보니까 누군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Q. 지난해 2017년 원기가 ‘스파이더맨’을 만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떠한 생각이 드셨나요?
A. 내 아이의 행복해하는 모습, 그리고 웃음소리. 이보다 더 소중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것보다 제 마음을 깊이 감동시키는 건 없었어요.
저는 그것뿐이에요. 그저 원기가 좋아하고 행복해하고, 신나하고, “아빠 오늘 너무 만나서 좋았어!” “아빠 오늘 스파이더맨 만나서 너무 신났어!” “또 만났으면 좋겠어!”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죠.
Q, 아이들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일단은 제가 봤을 때는, 아빠가 재미있게 해주는 걸 되게 좋아해요.
웃기게 해주는 것, 그다음에 아빠가 자기의 편을 들어주고 자기를 지지해주고 할 때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어떤 것을 원하는 것들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사주고 즐겁게 놀게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의미 없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제일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거든요.
Q, 아버님께서 원기의 아픔을 알기 전까지는 아이들보다는 ‘생계’를 위해 더욱 힘을 쓰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아닌 생계를 위해 일에만 집중하다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스마트폰과의 추억’으로 기억에 남게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A. 그건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가 중요한데, 내가 내 아이들을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그걸 말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 좋은 걸 사준다고 생각하고 그게 더 가족들을 위한 것이면 저는 기꺼이 그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고, 내가 더 올라갈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서라도 내 가족들과 함께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택하는 거죠.
Q. 원기와 같이 소아조로증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선은 이 ‘소아조로증’이라는 병은 아예 치료법이 없어요. 미국의 ‘소아조로증재단’에서는 굉장히 독한 약을 쓰고 있고요.
소아조로증을 앓는 아이들이 조금 더 건강하게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을 연구하고 싶어요.
크게는 외모나 혹은 어떤 아픔을 통해서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게 주변에 얼마든지 너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을 찾아주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굉장히 발전은 많이 했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매우 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기와 조금 다르고 자기보다 못하는 일에 대해서 많이 괴롭히고 따돌리려고 하거든요. 내가 쉽게 괴롭히고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감시가 있고 그런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Q. 어렸을 때 보았을 때와 지금 보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어릴 때에 비해서 생각도 많이 자랐고, 여러 가지 말하는 것도 많이 자랐는데
키가 크지 않고 약간은 좀 더 몸이 좋아 보이지 않는, 그런 부분들이죠.
그런 것들이 가슴 아프기도 하죠. 원기의 친구들은 계속계속 커나가니까요.
그렇지만 원기가 살아있고, 함께하는 것. 그게 행복한 거고 그게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소아 조로증이 치료돼 원기가 어른이 된다면 어떠한 어른으로 자라주었으면 하나요?
A, 제가 농구를 좋아하고 잘했기 때문에, 저보다 더 농구를 잘하고 농구를 좋아하는 그런 어른이 되거나,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자신감 있게 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즐겁게 살아가는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원기의 동생인 수혜에게도 공부가 아닌 딸의 행복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시키실 건가요?
A. 당연하죠. 지금 수혜는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해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지원해주고 싶고, 수혜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수혜한테 “네가 그림을 잘 그려서 디자이너가 되든지 아니면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다만, 몸이 약하고 소외당하는 그런 아이들을 위한 어떠한 일은 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있어요.
Q. 원기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원기가 대학을 가지 않고 피규어숍을 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아빠랑 같이 피규어숍 만들고 그거 판매하고, 그렇게 살자”
Q. 원기와 같이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나, 수많은 부모님들께 두 아이의 아빠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A, 나에게 ‘왜 내 아이가?’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는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고 본인이 원한 것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있어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중에서 되게 편안하고 즐거운 것은 당연하게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아요.
그냥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 더 이상 “왜?”라는 질문보다, 그 현실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내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제일 의미 있게 살아가는 건지 그걸 생각해보고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긴 싸움이니까, 너무 초반에 에너지를 다 쓰지 말고 차근차근 천천히 멀리 바라보면서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혹시 이번 홍성원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어떠셨나요?
저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났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소아조로증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며, 독자분들께서 홍원기군 그리고 홍원기군의 가족뿐만 아니라 전세계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작성/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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