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계가 중국의 공세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등 완성품들의 세계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해 균형성장을 꾀하려던 계획이 중국업체들의 빠른 추격으로 ‘물거품’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주요 전자제품 세계시장 점유율도 최근 5년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삼성전자 최근 5년간 스마트폰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7.9% 포인트 감소
7일 아주경제가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와 함께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최근 5년(2012~2017년)간 세계시장 점유율 변화(판매량 기준)를 조사해 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제자리걸음을 걸었으며, 반면에 중국의 업체들은 선두와의 격차를 큰 폭으로 줄였다.
먼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면 업계 1위(2017년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2년 27.4%에서 지난해 19.5%로 5년간 7.9% 포인트 감소했다. 업계 8위인 LG전자도 같은 기간 3.9%에서 3.8%로 0.1% 포인트 하락했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 기간 막대한 마케팅 비용 등을 투자했던 것까지 고려하면 아주 초라한 성적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계 2위의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도 같은 기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8.5%에서 14.0%로 4.5% 포인트 추락했다.
중국 업체들의 성적은 삼성전자, 애플 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5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와 오포, 비포 등의 점유율 합계는 2012년 5.1%에서 24.1%로 19.0% 포인트 뛰어 올랐다. 국가별로 따지면 이미 중국이 세계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 TV·세탁기·에어컨 등도 중국 강세 두드러져... “새로운 전략 필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TV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 점유율은 2012년 20.3%에서 21.3%로 1.0% 포인트 높아졌다. LG전자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7%에서 15.7%로 1.0% 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하이센스(3위, 6.1%)와 TCL(5위, 4.9%) 등의 상승폭도 이에 못지않다. 이들은 최근 5년간 세계 LCD TV 시장 점유율을 각각 1.6% 포인트와 0.6% 포인트 확대했다. 스카이워스그룹(7위, 3.6%), 콩카(12위, 2.2%), 하이얼(14위, 1.4%) 등 15위권 내에 포진한 중국의 주요 TV제조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20%에 육박한다. 국가 순위로는 중국이 2위로 한국을 바짝 쫓고 있는 것이다.
세계 세탁기 시장도 TV와 같은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2년 5.6%에서 지난해 6.6%로 1.0% 포인트 증가했다. LG전자는 2012년 7.6%에서 지난해 8.3%로 0.7% 포인트 늘었다. 글로벌 순위에서 LG전자는 3위에서 4위로 1계단 주저앉았으며, 삼성은 6위를 유지했다.
하이얼은 2012년 점유율 13.6%에서 지난해 17.4%로 3.8% 포인트 늘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는 국내 업계의 입지가 더욱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2년 2.9%에서 지난해 2.5%로 0.4% 포인트 줄었다. LG전자는 2012년 5.1%에서 지난해 4.2%로 0.9% 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순위도 LG전자는 5위에서 7위로 2계단 내려섰고, 삼성은 6위에서 10위까지 4계단 떨어졌다.
하이얼은 같은 기간 7.9%에서 14.8%로 점유율이 배가량 커졌다. TCL도 2012년 점유율이 1.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0%로 1.4% 포인트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자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전략으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하루 빨리 새로운 전략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