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인 캐나다 신약개발업체가 개발한 희귀질환 치료제를 들고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8일 일진그룹에 따르면 일진에스앤티의 캐나다 자회사 오리니아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루푸스신염 치료제 ‘보클로스포린’의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고 임상에 돌입했다.
오리니아가 개발 중인 보클로스포린은 하루에 2번 복용해 루프스신염(LN)을 치료하는 제품이다. 회사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루프스신염약이다.
루푸스신염은 흔히 루푸스로 불리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 환자의 60% 이상이 겪는 병이다. 루푸스는 면역계 이상으로 자가항체가 신장·폐·관절·피부 등 자기 몸을 공격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신장에 침투하면 루푸스신염이 발생한다. 루푸스신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87%가 10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
지금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로슈가 개발한 장기이식 거부억제제인 ‘셀셉트’와 스테로이드를 함께 쓰고 있다. 하지만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치료에 성공한다. 백내장·고관절질환 같은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보클로스포린은 이런 문제점을 대폭 개선했다. 최근 서울을 찾은 오리니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글릭만 대표이사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마무리한 후기 2상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와 보클로스포린을 함께 사용할 경우 치료 효과가 2배 이상 좋아지고, 환자 10명 가운데 7명에서 증상이 50%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임상 2상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나오면서 FDA는 2회 진행해야 하는 임상 3상을 1회만 하도록 했다. 글릭만 대표는 “임상 3상에서 2상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경우 FDA 시판 승인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면서 “2020년 승인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3상은 미국·캐나다·스페인·태국·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세계 29개국 200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등 7곳이 참여한다.
글릭만 대표는 지금 단계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밝힌 뒤 “생명공학에 관한 지적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허진규 회장이 도와준 덕분에 오리니아가 어려운 단계를 넘을 수 있었다”면서 허 회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