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종촌종합복지센터, 특정인에게 주어진 '네번의 기회'

2018-05-0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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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세종시의원 청탁의혹… 시설장 응시 3차례 떨어지자 정부에 유권해석 '4번째 채용 확정'

 세종시 종촌종합복지센터를 둘러싼 직원채용 인사청탁 의혹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현직 세종시의원이 인사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은 가중되고 있다. [사진=김기완 기자]
 

세종시 정치권과 공공기관의 결탁으로 조직적인 인사청탁이 있었다는 의혹과 이해찬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세종시의원 예비후보 부인의 석연치 않은 입사 배경과 정규직 전환 배경이 포착됐다. 선출직과 정무직, 직업직 공무원의 압력과 직권남용 행위가 빈번하게 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곳. 바로 종촌종합복지센터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중으로 워낙 메가톤급 사건이라 결과에 지역사회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관련기사, 3월8일, 13일, 16일, 25일, 26일, 4월2일, 24일, 25일, 5월1일, 3일 보도]

이런 가운데 현직 세종시의원이 종촌종합복지센터 내 한 시설의 소장을 추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다른 청탁 의혹이 일고 있다. 사실이라면 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제보에 따르면 종촌복지센터 내 시설장 A씨는 지난 달 채용돼 재직중에 있다. 앞서, 이 시설의 소장이었던 B씨는 1월까지 근무하고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사직하고 A씨가 채용되기까지 3개월간 소장자리는 공석이었다. 이를 두고 청탁에 따른 인물을 낙점하기 위해서 비워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공개모집에서 응시자가 없어 공석으로 유지되어온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3개월간 소장자리가 공석상태에 있자 종촌복지센터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 한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는 내부 승진을 위해 내정자가 소장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 고의적으로 채용을 미루고 있다는 항의성 내용이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로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이 같은 항의 내용의 스샷을 확보한 세종포스트가 증거를 보관중이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지만 지난 달 종촌복지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된 항의 글이다. [그래픽= 세종포스트 제공]

사건의 정황을 살펴보면 지난 달 채용된 A씨는 전 시설장 B씨가 사직하기에 앞서 이미 지난해부터 총 3차례에 걸쳐 공개모집에 응시했지만 자격이 미달돼 채용되지 못했다. 따라서 채용관련 사항을 정부에 질의했고, 자격 조건이 충족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4월 4번째 응시, 합격해 입사한 것이다.

종촌복지센터 관계자는 "해당 시설 소장의 경우 자격 기준이 있다"며 A씨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그간의 원서 접수에도 채용되지 않았다"며 "해당 부처 질의를 통해 자격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 A씨를 최종적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채용 기준에 맞지 않아 3번이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까지 A씨를 채용해야만했던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3개월간 시설의 소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내부 직원에게 4번의 응시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

현직 세종시의원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인사청탁자로 지목된 해당 시의원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채용된 소장과 전혀 알지 못한다"며 "종촌복지센터가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청탁을 할 수 있겠냐"라고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채용된 소장이 근무했던 조직에서 과거 자문위원으로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 이를 두고 개입했을 것이라는 억측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촌복지센터 측도 "A소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채용됐고, 시의원에 대한 청탁 소문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2015년 세종시 최초로 개관한 종합복지센터. 개관 이전부터 지역 정치권과 공무원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아온 의혹이 난무하는 곳이다. 개관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기간 동안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과 이에 고통받아 상처받은 사람만 남았다.

햇수로 3년.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권력의 비호아래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공익적 기관에 취업해 호의호식하거나, 혹은 그들로 인해 실업자가 된 사회복지사도 있다. 지난 3년이란 기간 동안 이곳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이 조명됐지만 누구 한 명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시간만 지나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권력자 또는 공무원들의 눈밖에 나지않기 위해 숨죽이는 연속이었다.

기자가 종촌종합복지센터 사건을 취재하면서 줄곧 느낀 점은 지식인들이 불의에 저항하지 못했고, 악행을 미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집권 체제인 세종시에서 야당과 일부 사회단체만이 비판과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패권주의와 행정의 영향이 안 뻗치는 곳이 없다보니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신을 지킨 사회복지사들은 쫓겨나갔고, 소신을 꺾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에 숙이고 공무원들에게 숙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또다른 적폐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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