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뉴칼레도니아의 독립을 기원한다

2018-05-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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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우 문화센터에 세워진 치바우 동상.[사진=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천국에 가장 가까운 나라 뉴칼레도니아의 물가는 거의 살인적이다. 네팔로 말하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가까이 갈수록 올라가는 한국 라면 가격과 같다. ABC에서도 현지가격인 1000원의 열 배 이상인 만원대를 내야 한국 라면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긴 거기보다 더 비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 느낌이 드나 생각해 봤더니, 원주민이 있는 개발도상국이라는 편견도 한몫을 한 듯하다.

프랑스령이기 때문에 먹는 것들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비행기와 배로 들여온다. 그 멀리서 오니 뭐 하나 싼 게 없다. 재배식물이나 달걀조차도 프랑스인에게 주는 비싼 인건비를 준다. 모두 프랑스 국적을 가진 프랑스 국민이기 때문이다. 직접 기르거나 낚시해서 잡아오지 않으면 비싼 것은 당연하다.
첩첩산중과 달리 여긴 정말 군도이다. 대륙은 물론 큰 섬에서도 또 멀리 떨어진 섬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가진 영국이 탐을 냈지만, 프랑스가 차지하는 바람에 그냥 가만히 놔둔 섬 뉴칼레도니아와 타히티. 프랑스는 이 나라에 불어와 유럽문화를 전파했지만, 결국 식민지 노예화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치바우 문화센터에 전시된 원주민의 옛사진.[사진=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아이들은 프렌치가 좋고 단 음식과 햄버거가 좋을 것이다. 단 과자와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등으로 성인병에 걸린 듯이, 과거 사진에는 안 보이는 뚱뚱해진 어른이 많아진 원주민들. 아직도 부족문화를 가지고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작은 섬 원주민들은 여전히 프랑스 군경이 통치하는 식민지와 같은 느낌을 저버릴 수 없을 듯싶다.

오는 11월에는 프랑스로부터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가 진행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온다고 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뉴칼레도니아에 온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임기 중 처음 오는 것이라고 한다. 한 언론사에 오보를 낸 듯한 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프렌치들이나 기타 민족들은 휴가다 뭐다 놀러 가는 계획 세우기 바쁜 투표 날. 대부족장의 통솔하에 원주민 모두가 집단으로 투표에 참여한다면 독립도 그리 먼 곳의 일은 아닐 듯싶다. 독립되는 날 치바우 문화센터에 모셔진 치바우의 동상은 더는 누메아의 먼바다를 바라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에 협조적이다가 암살을 당한 치바우는 보기에 따라서는 원주민에게 김구 선생이 아니라 이완용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식민지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말이다. 일찍 제국주의 식민지의 맛을 본 일본이 1931년 프랑스의 식민지 만국박람회에서 본 것은 아프리카나 뉴칼레도니아의 원주민들이 동물 대접을 받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독일 동물원의 악어와 맞바꿈 되기도 했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던 원주민들. 그것을 보고 온 일본인들은 도쿄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우리 조선인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식민지화 중 벌어진 반인간적인 잔악한 사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는 잔인한 자기 형벌이다. 영원한 봄 나라, 뉴칼레도니아에선 누구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지배자가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어떤 사과도 희생자들과 그들의 유족들 앞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아픔의 연속일 따름이다. 우리의 위안부 문제도 그렇다.

축구팬이라면 크리스티앙 카랑뵈를 기억할 것이다. 1998년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쥐게 한 주역이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에서도 활약한 카랑뵈는 뉴칼레도니아의 리푸섬 출신이다. 그가 프랑스 국가 제창을 거부한 것은 왜일까? 파리국제식민지박람회 당시 동물처럼 전시된 선조들의 모습을 담은 책을 본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서구 프랑스인으로서 그는 프랑스인이지만, 역사의 진실 된 눈으로 민족자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는 뉴칼레도니아의 원주민 카낙인이다.

당장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뉴칼레도니아가 독립했으면 좋겠다. 경제·정치적으로 매우 힘들더라도 멜라네시아 민족에 의한 자존과 자생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프랑스도 영국의 홍콩반환처럼 투표가 아니라 그냥 주권 이양을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뉴칼레도니아의 해양·지정학적 위상과 니켈 생산 등으로 그럴 생각은 애초에 저버린 듯하다. 영화 리벨리온에서 우리가 본 것처럼 군도의 슬픈 역사는 이제 침묵이 아닌 맑은 산호초를 엄습하는 성난 파도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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