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우물 안’ 제약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2018-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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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3월 말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서 미국 정부는 국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국내 제약사에 유리하도록 설정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혁신형 제약기업’이거나 이에 준하는 기업,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된 신약, 국내 임상 실시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 한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인정해 약가를 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대부분이 국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사에 맞춰진 조건이나 다름없다.

건강보험급여시스템이 자리 잡은 국내에서는 의약품 가격에 대한 규제가 강력하다. 때문에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고가의약품은 국내 약가제도의 높은 문턱을 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혁신신약 약가제도는 문턱을 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다국적사 이익단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요건 대부분이 글로벌 제약사로선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개선을 제안했고, 미국제약협회도 한국의 약가정책이 FTA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건강보험 약제비 억제를 위해 고가 의약품으로 무장한 다국적사를 약가우대 정책에서 배제했다고 하더라도 마치 ‘정부가 국내 제약사 편을 든다’는 느낌마저 드는 이 불편한 진실에 정부도 공감한 것일까. 정부는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제도를 개선·보완키로 합의했다.

이번 일은 국내외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제약산업에 맞춰 국내 정책과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제시하는 계기라 할 수 있다. 이미 제약업계는 내수 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수립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사와 해외 유수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국내 제약사도 해외 시장 진입 과정에서 차별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국내사 간 경쟁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시기가 됐다’는 어느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은 이러한 변화를 대변한다. 이 상황에서 혁신형 제약기업과 같은 국내사에 편향된 정책은 자칫 제약사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드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덧붙여 최근 각종 정책과 예산 지원을 다룬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이 발표됐음에도, 여전히 제약업계에서 세제혜택 등 보다 더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 업체와의 신약개발 속도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모의 경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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