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꾸준히 '온라인 주식거래 1등'을 지켜왔다. 그래서 한 우물만 판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공짜 수수료' 경쟁이 기존 먹거리에 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투자은행(IB)업으로 새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키움증권은 해외로 온라인 거래시스템을 수출한다. 큰 경쟁사가 독점해온 대기업 회사채 발행에도 나섰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인수·합병(M&A)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경쟁사보다 크게 앞선 ROE
키움증권은 이익을 꾸준히 불린 덕에 해마다 자기자본을 늘려왔다. 자기자본은 2014년만 해도 9170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2017년 말에는 1조3981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래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3%로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다. 나란히 2위인 한국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11.6%)보다 3%포인트 가까이 앞선 수치다. 덩치가 커지는 바람에 ROE가 5% 안팎에 불과한 경쟁사도 적지 않다.
키움증권은 2017년 영업이익 3158억원, 순이익 240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36.9%, 순이익은 33.5% 늘었다. 키움증권 주가는 올해 들어 8만7600원에서 11만8500원으로 33%가량 올랐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8년 만에 증자로 IB 실탄 확보
키움증권은 8년 만에 증자에 나섰다. 올해 2월 3500억원 규모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이제 자기자본은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B와 해외사업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RCPS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기업은 모두 6곳이다. 두산(1000억원)과 한진(780억원), 크라운제과(200억원), 대림산업(3000억원), SK건설(1500억원), 대한항공(1200억원)이 키움증권에 일을 맡겼다.
지금까지 키움증권은 기업공개(IPO)를 제외하면 발행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바이오업체나 벤처기업에 집중하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키움증권은 이달 말 3년 만기 회사채도 10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이달 중순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기로 했다. 채권발행 실무는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에서 맡는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점유율 상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RCPS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은 긍정적"이라며 "꽉 찬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고, IB 사업을 확대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새 CEO 이현에 거는 기대
물론 기존 강점도 계속 키운다. 키움증권은 IB 사업 초기부터 중소·벤처기업 고객을 잡는 데 힘썼다. 덕분에 금융위원회는 2016년 키움증권을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뽑았다.
키움증권은 2017년 1000억원대인 성장사다리펀드 위탁사로 뽑혔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중소·벤처기업 성장전략과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한 것"이라며 "앞으로 M&A 자문을 비롯한 맞춤형 IB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팎에서 이현 신임 대표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키움증권 부사장과 키움저축은행·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올해 사령탑을 맡았다.
키움증권은 올해 IPO를 10개가량 준비하고 있다. 해외거점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얼마 전 키움증권은 태국 증권사인 피낸시아 사이러스와 손잡았다. 서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인 영웅문(HERO)을 론칭했다. 일본 SBI그룹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를 비롯한 핀테크 부문에서 협력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