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담은 문서에 직접 서명한 것은 처음인 만큼, 비핵화를 향한 의지가 확실하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애매모호하고 정체성이 없어 의구심이 든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한다고 선언하고, 한·미 언론인을 초정해 이를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비핵화의 첫번째 단추가 끼어진 것"이라며 "결국 핵문제는 △과거 핵 △현재 핵 △미래 핵 등으로 분리야 하는데, 김 위원장은 더 이상 미래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나머지는 북·미 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장퉈성 중국 전략문제연구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니어 한·중·일 프로세스' 토론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췄다.
2006∼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내고 MB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다뤄야 하는데,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의제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간 것이 문제"라며 "군사대결 종식이나 남북관계 개선 등은 비핵화의 진도와 연계될 사항인데,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라는 건 의미가 없다"며 "불완전한 비핵화는 핵 군축일 뿐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목표’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다'고 한 것을 언급, "외교적 수사에서 '목표'는 불투명한 상황을 얘기할 때 쓰는 표현이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면 ‘조속한 시일 내 비핵화를 하기로 했다’ 등의 표현을 하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북한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란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 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만 적시했고,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북 총리가 서명했을 뿐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겠다고 한 것도,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정치적 효과를 노린 카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이후 무너졌고, 2번 갱도 역시 지난해 6차 핵실험 후 잇단 여진으로 인해 상당 부분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6차 핵실험 여파로 풍계리 일대에서는 지난달까지 함몰·붕괴 등 자연지진이 총 10차례 발생했다.
그러나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는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행동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마냥 폄하하기만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국민들은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정착 의지에 대해 '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신뢰하게 됐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정착 의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은 결과, '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신뢰하게 됐다'는 응답이 52.1%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의지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