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에 위치한 동서식품 브랜드 체험공간 맥심 플랜트[사진=이서우 기자 ]
커피믹스 제조사 동서식품이 오프라인 커피 전문점과의 정면 승부에 나섰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문 연 동서식품 ‘맥심 플랜트’를 찾았다.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해 도보 3분 이내면 도착한다.
◆핵심은 원두, 스타벅스 리저브 옆 도전장
맥심플랜트는 이태원 스타벅스, 그중에서도 리저브 매장 옆에 위치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는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한 원두로 주문과 동시에 추출한다. 일반 매장에 비해 숫자도 적은 프리미엄 점포다.
동서식품은 맥심플랜트 1층 전면유리 입구 중앙에 수십여 가지 원두와 로스팅 바(bar)를 배치했다. 커피 맛의 핵심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실제로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파는 스타벅스 컵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커피 원두 수입량은 15만9000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40% 이상은 동서식품이 소비했을 정도다.
방문객들의 평은 어떨까. 일산에서 온 김미연씨(25)는 “커피 맛을 구별하는 정도는 아닌데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스타벅스보다 맛있다”고 말했다. 이 일대 커피 한번쯤은 다 마셔봤음직한 이태원 주민 박소라씨(27)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맛은 비슷하다. 친구들이랑 밥 먹고 들렀는데 인테리어 때문에 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도 인테리어 얘기에 크게 공감했다.
3층 테라스에서는 공감각 커피(Synesthesia coffee)를 맛볼 수 있었다. 터치패드에서 몇 가지 질문에 응답하면 맥심 아카이브 기반 24개 스페셜티 가운데 나에게 맞는 것을 추천해준다. 기자에게는 고소한 너티(Nutty) 향이 어울린다고 한다. 화면에 나온 그림과 같은 카드를 뽑아 로스팅바로 가져가면, 바리스타가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 준다. 공감각 커피 가격은 9500원이다.
스페셜티 카드 디자인은 이태원 해방촌에 위치한 ‘둘셋디자인스튜디오’가 맡았다. 커피 추천과 함께 들려주는 음악은 국내 디제잉 1세대인 DJ소울스케이프 작품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다양한 공감각적 보조 장치들을 통해 어렵고 난해하기만 했던 스페셜티 커피를 익숙하고 편하게 오감으로 경험토록 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커피”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맥심플랜트 1층 로비 중앙에 위치한 로스팅바에서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사진=이서우 기자]
◆커피 즐기는 공감각 요소, 곳곳에 배치
맥심플랜트는 공장(plant)과 식물(plant)란 같은 발음, 전혀 다른 의미를 한 공간에 녹여냈다.
한낮 기온 23도까지 오른 이날 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젊은이,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맥심플랜트를 찾았다. 이곳은 가운데가 뻥 뚫려 답답하지 않고 전면은 식물로 장식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커피 한잔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도심 속 휴양지’와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서식품은 당초 올 2월 개장을 준비했었지만, 나무에 초록빛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지금에서야 문을 열었다고 한다.
층마다 나무로 된 한쪽 벽에는 커피와 관련된 글귀들도 적혀 있다. 커피와 함께하는 나쁜 날은 좋은 하루보다 낫다(a bad day with coffee is better than a good day without it), 커피는 지옥처럼 검은 색이어야 하며, 죽음처럼 강하고 사랑처럼 달콤해야 한다(coffee should be black as hell, strong as death and sweet as love) 등이다.
그런가 하면 실제 커피 공장처럼 꾸민 곳들도 눈에 띈다. 로스팅 기계 부품을 형상화한 구조물이나 스테인레스 소화기 등으로 눈에 잘 안 보이는 데까지 인테리어 통일성을 갖췄다.
소비자 편의도 신경 썼다. 3층 테라스에 흔들의자를 구비했는데 개장 첫날부터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콘센트는 실내 테이블뿐만 아니라 야외 자리에까지 설치했다. 스피커는 단순히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을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야외에서도 실감나게 들리도록 좌석 바로 밑에 부착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 플랜트는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좋은 커피를 추구해온 동서식품의 철학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고자 마련한 공간”이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며 도심 속 정원에서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원 맥심플랜트 3층에서는 나에게 어울리는 블렌드 테스트 후 카드를 골라 공감각 커피를 마실 수 있다.[사진=이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