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고무된 반응을 내놓으면서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매체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회담에 대해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 종전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아울러 그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매우 좋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 "매우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등의 긍정적 발언을 내놓았다.
특히 비핵화의 기준을 두고 북한과 미국의 시각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기에 설득될 것으로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속전속결로 풀려고 하겠지만, 김 위원장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수순을 밟으면서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국교정상화 등의 보상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알렉스 웰러스타인 핵 역사학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인간 혹은 정치 행동 이론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핵전력을 얻었다가 포기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불가능한 것은 없겠지만 그런 일은 예상 밖의 이상한 결과일 것"이라며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결국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낙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NYT에 “남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와 압박을 주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북·미 회담을 선전하고 있고, 이제 모든 관심이 북·미 회담에 쏠릴 것이다. 그가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마련하려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 자문을 맡았던 제프리 베이더는 “(남북 해빙 모드가 극명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분노와 화염', 혹은 '장전' 상태로 돌아가기는 극도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북한이 번번이 약속을 깬 전례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만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매체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와는 달리 과감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외향적인 인물이라면서, 그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을 지칭할 때 북한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부르는 등 선의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 포용 정책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70%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정책적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던 신중한 전임자와 달리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전격 수용하고 나섰다는 점도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라고 전했다.
CNN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한반도 해빙 무드에 기여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혼란 그 자체였지만 대북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꾸준하고 일관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고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함으로써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청소할 경우 역대 대통령들이 이루지 못했던 역사적인 업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은 노벨 평화상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