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다 하면 안 되갔구나"…거침없는 김정은의 남북회담 '말말말'

2018-04-28 10:15
  • 글자크기 설정

'돌발 발언'으로 분위기 띄우는 김정은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치부 드러내기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화법은 직설적이고, 화통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숨기고 싶을만한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도 했다. 생중계와 청와대 홍보수석의 전언, 판문점 공동취재단의 취재를 토대로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정리했다.

◆ "북쪽으로 넘어가 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북한 땅을 밟게 된 이유는 김 위원장의 화끈한 '돌발 발언'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28분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북쪽 판문각 바라보고 한번, 남쪽 자유의집 바라보며 또 한번 기념촬영을 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남측으로 오시는데 난 언제쯤 (북에)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북측으로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순간 멈칫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끄는 대로 MDL을 한 걸음 넘어 북측 땅을 밟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이 북측 땅을 밟는 순간 주위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다시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MDL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왔다.

◆ "남한 있다 북한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환담장 정면 벽에 놓인 박대성 작가의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 작품을 가리키며 두 그림을 간략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자세한 설명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난 백두산 가본 적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 가는 분들이 많더라"면서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때 김 위원장은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쪽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한의 이런 (좋은) 환경에 있다가 북으로 오면 민망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오실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철도 연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내용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겼는데 10년 세월에 그리 실천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서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면서 "김 위원장의 큰 용단으로 10년간 끊어진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평가했다.

◆ "평양냉면, 멀리서 온,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김 위원장은 만찬을 소개하며 즉흥적인 표현을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저녁 만찬음식 가지고 많이 얘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평양냉면을 "멀리서 (가져)왔다"고 설명하다가, 좌측에 배석한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쳐다보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때 함께 배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 부부장 등 모두 활짝 웃었다. 회담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으로 (나왔다)'며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하고,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 대통령 앞에서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린다. 감사합니다"라고 모두발언을 끝맺었다.

◆ "잘 연출됐습니까?"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이뤄진 기념촬영 때도 유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입장해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촬영이 끝나자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박수를 유도했다. 김 위원장은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에 대해 설명했다.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은 가로 6m 81cm, 세로 1m 81cm에 달하는 푸른빛 화폭에 금강산 절경을 담은 작품이다.

설명을 듣고 돌아선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향해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과 기자단이 웃음을 터트렸고, 한 기자는 "네, 잘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