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기회의 땅 열리나.... 재계 대북특수 수혜 '부푼 꿈'

2018-04-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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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광광·개성공단 재개 기대... 현대아산 '비상대응' 돌입

미·북 정상회담 이후 경협 급물산... 조선·해운·철도·항로 수혜 예상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재계에서도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경제단체 대표 등 경제계 인사가 대거 방북했던 1, 2차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계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수행단이 정치·국방·정보 분야에 국한돼 본격적인 경협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재계 "아직 이르다" 신중론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 수행원에 박 회장을 제외하고 경제 분야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각각 북한 평양에서 열린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는 경제단체 대표와 재벌그룹 총수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이 함께 했었다.

1차 회담에서는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이원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 3명이 방북해 북측과 대북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2차 회담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또 김기문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과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에는 경제부처 장관이나 재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이뤄지는 와중에 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 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시기”라고 지적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경협 급물살 탈 듯
재계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남북 경협이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10대 그룹 고위 임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경협이나 교류 재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포함해 경협 범위가 예상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이미 '비상대응 체제'를 갖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과거 금강산 관광 등을 진행해온 경험을 토대로 현 상황에 맞게 세부 전략 등을 재수립하고 있다"며 "당장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템·두산인프라코어 등 남북 접경지역 개발과 남북한 교통연결 등 기반 산업 조성에 관련된 업종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산 유연탄 도입 확대와 러시아산 가스 배관 설치 등에 필요한 내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업계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중선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은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았을 때에는 북한 무연탄을 제철소에서 활용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여러 사업을 검토해왔고 기회가 되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조명받는 신북방정책···조선·해운·철도·관광 등 수혜 예상
동북아 평화 번영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도 재조명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북방정책의 골자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기초로 유라시아 권역에 걸쳐 북방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유라시아 시장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조선(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북극항로(현대상선·현대글로비스), 철도(현대로템) 등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1998년부터 현대아산에서 운영했던 금강산 주유소와 개성공단 내 주유소에 자사 제품을 공급한 바 있다”며 “경협이 이 수준을 뛰어넘게 된다면 북한은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업계에서는 2007년 남·북·러 합작으로 추진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부활도 점치고 있다. 나진-하산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등을 골자로 한 복합 물류 프로젝트다. 한국에서 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2016년 북핵 문제로 협상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부활하면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전·후방 산업 물동량이 증가하면 운임이 오르고 해운업계 전반의 경영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자·항공업계 등에서도 남북 관계의 개선으로 유·무형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었던 북핵 위협이 일단 가라앉으면서 시장에 안정을 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북한 시장이 열리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완화가 이뤄지면서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문제도 해결된다면 한국을 찾는 최대 방문 국가인 중국인 단체관광객도 많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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