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향후 10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이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으로 선출돼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앞으로 2년 가까이 임기를 남겨두고 중도사퇴한 셈이다.
권 회장은 '외부 압력설'과 관련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포스코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난을 겪었다. 1968년 설립 당시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권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이 거쳐 갔지만, 8명 모두 정권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임기 중간에 그만뒀다.
특히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된 이후에도 권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정권 교체 뒤 사퇴'를 반복했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민영화 기업인 KT와 KT&G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영화 기업들의 CEO 잔혹사'다.
권 회장의 사퇴를 놓고 황창규 KT 회장이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 게 압박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KT 임직원을 동원해 19·20대 국회의원 90여명에게 법인자금 4억3000만원을 개인 후원금인 것처럼 나눠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피말리는 표싸움을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주총을 앞두고 KT&G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절차상 문제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이유로 백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KT&G 노조는 당시 "기업은행은 그간 당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적도 없었다"며 "이는 정부 주도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 조치로 본다"고 반발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민영화 기업들이 가진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포스코 회장 자리는 오랫동안 정권의 전리품처럼 이용돼 왔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CEO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자립하고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