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 흥행에도 "中企 신주 투자는 부담"

2018-04-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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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 자금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다. 정보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원금손실이 크게 날 수도 있다."

16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두고 이렇게 걱정했다.

정부 주도로 이달 초 출시한 코스닥 벤처펀드는 많은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해주고 소득공제도 해준다.

물론 조건이 있다. 펀드 자산 가운데 15%를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아니면 벤처기업을 졸업한 지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사에 자산 35%를 투자해야 혜택을 준다.

그는 "중소기업을 잘 아는 자산운용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보력이 뛰어난 일부 대형사나 과거부터 비슷한 업무를 했던 소수 중소형사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TB자산운용은 공모형인 코스닥 벤처펀드 1개로만 1000억원 이상을 모았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200억원 넘게 팔리자 잠정적으로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일반적인 주식형펀드라면 부담스럽기는커녕 흥행 실패로 볼 수 있는 액수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다르다. 창업 3~4년을 못 넘긴 채 문을 닫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 수백억, 수천억원씩 돈을 모았다가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차지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투자위험이 크지 않은 벤처기업은 손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량 벤처기업이 내놓을 CB나 BW 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우리가 잘나가는 벤처기업에 물량을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경쟁에서 밀려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부실기업 신주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회사채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다. 일부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가 벌써 이런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지스마트글로벌은 얼마 전 흥국자산운용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40억원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노인스트루먼트은 3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수성자산운용은 이 가운데 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제이씨에셋자산운용과 아너스자산운용은 RFHIC에 자금을 댔다. 총 18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각각 35억원, 40억원어치씩 인수했다.

물론 코스닥 벤처펀드는 양적인 면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코스닥 벤처펀드를 내놓은 자산운용사는 47곳에 달한다. 누적 판매액은 12일 기준으로 8367억원을 기록했다. 7개 공모펀드가 1661억원을, 73개 사모펀드는 6706억원을 모았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는 초기에 전환사채나 비상장주식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사채 규모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금 유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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