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가 그를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보고, 무리가 그를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보라."
중국의 현자인 공자와 위나라 영공의 대화를 엮은 '논어(論語)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다수가 평가해도 허와 실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얘기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이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노조가 사실상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통상 입지 강화를 위해 새 사장이 올 때마다 우선 '반대'를 외치고 보는 다른 회사 노조와는 사뭇 대조적인 행보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이 경영정상화를 통해 조직을 안정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잘한 게 많다는 것이 내부 평가"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가 가장 어렵던 2015년 5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분식회계 등 전임 임원들의 불법행위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터졌고, 업황 악화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정 사장 취임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2016년 말 2185%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281%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7330억원으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조선업계 고위 임원은 "정 사장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 세차례나 대우조선 사장을 지낸 인물로 누구보다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그는 영업통으로서 여느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좋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와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모두 정 사장의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지 못한 것은 산은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정성립 사장을 대우조선 정상화의 적임자라며 사장직에 앉힌 게 산은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산은이 정 사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청와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 나온다.
물론 청와대와 산은이 정 사장의 연임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공을 세운 정 사장에게 특별한 과실이 없는데도 엄격한 잣대만 들이미는 것은 자칫 세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와 국민들은 소위 '낙하산' 인사들이 대우조선 부실화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