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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벤틀리 제공]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데이가 열렸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총 4346㎞다. 완전히 U자로 휘어진 '헤어핀 커브' 두 곳 외에도 곳곳에 급커브 구간이 있다. 가상현실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트랙에서 차를 몰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차는 벤틀리다.
트랙 시승을 하기 전 시승 동의서를 먼저 작성했다. 주의 사항을 읽어내려가는데 "만약 차량 등을 파손할 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문구가 보였다. 마지막 서명란을 남기고 잠시 펜을 꽉 쥐었다가, 언제 벤틀리를 타볼까 하는 심산에 용기를 내 사인했다.
벤테이가는 6.0 리터 트윈터보 W12 엔진을 탑재했다. 12기통 엔진은 최고 출력 608 마력(447 kW)과 91.8kg.m(900 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1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301km/h다.
트랙에서 전문 인스트럭터의 도움을 받으며 운전을 시작했다. 차량에 안전하게 앉는 법부터 코스를 도는 방법과 지점 등을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들었다.
코스에 따라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가 적절히 활용됐다. 모드를 변경하면 '48V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의 강성이 달라지면서 4개의 바퀴와 차체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컴포트 모드는 차체를 덜 제어한다. 핸들링이나 노면에 따라 차체가 유연하게 반응해 공도에서 타기 좋다. 컴포트 모드인 상태로 헤어핀을 돌자 차에 탑승한 모두가 멀미를 호소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차체는 좀더 단단해졌다. 급회전 구간에도 차량 쏠림이 덜했다. 인스트럭터의 '뻐팅겨준다'는 말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180km/h 속도. 급격한 회전에도 2t이 넘는 벤테이가는 그 원심력을 버텨냈다.
트랙 주행을 마친 뒤에는 '오프로드' 체험이 이어졌다. 벤테이가는 앞서 말한 대로 모드 선택이 가능하다. 크게는 '드라이브 다이내믹 모드'와 '오프로드 세팅' 2가지로 나뉘고 각각 4개로 구성돼 총 8개 모드를 제공한다.
오프로드로 설정하면 차량 내부 화면에 차량이 기울어진 정도와 바퀴의 상황, 고도 등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오프로드 코스는 모굴과 경사로, 언덕 경사로 3코스였다.
우선 모굴은 차량이 지나가면서 한 바퀴가 공중에 뜨게끔 설계됐다. 그럴 때마다 차량은 바닥에 붙어있는 나머지 3개 바퀴에 토크를 적절히 배분해준다. 때문에 앞으로 무리없이 나아갈 수 있다.
또한 벤테이가는 가뿐히 경사로에 한쪽 바퀴를 걸쳤으며 20도에 가까운 경사도 안정적으로 오르내렸다. 언덕의 경우는 기울기가 30도에 가까웠다. 전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서라운드 뷰 기능을 켰고, 내려올 때는 첨단 멀티 모드 트랙션 제어(TCS)와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가 실행됐다. 자동적으로 차량 속도를 조절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천천히 경사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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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벤틀리 제공]
운전 체험을 모두 끝내고 나서야 긴장이 풀리며 차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었다.
SUV이면서도 벤틀리 고유의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낸 외관, 내부의 최첨단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황소 가죽 시트, 두툼한 카페트 바닥, 1000만원 상당 아날로그 시계가 자리한 인테리어 등. 새삼 이렇게 우아한 차를 데리고 마구잡이로 회전하고, 모굴을 지났다는 게 송구했다.
겉과 속이 모두 완벽하다 못해 독보적인 벤테이가는 가격마저 독보적이다. 3억원을 훨씬 호가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월평균 15대를 판매하며 럭셔리 SUV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