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양국 간 무역전쟁의 중단을 에둘러 촉구했다.
말로는 각을 세웠지만 뒤로는 시장 개방 확대 등 협상 카드를 내미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세계 각국 인민들은 평화와 발전을 바란다"며 "냉전 사고와 제로섬 게임은 낡고 뒤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치게 잘난 체하거나 자기만 생각한다면 사방에서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며 "평화·발전을 견지하고 함께 협력해야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대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중국에 총 1500억 달러(약 160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아시아 등 지역에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읽힌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개방 의지를 재확인하고 중국 위협론을 일축했다.
그는 "중국 개방의 대문은 절대 닫히지 않고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명확히 얘기할 수 있다"며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을 하든 누구를 위협하거나 현재의 국제질서를 흔들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전쟁 확전을 피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실제 시 주석은 연설 말미에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시장 개방 확대 조치를 설명했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중국 금융시장 확대와 지식재산권 보호를 공언하는 한편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와 자동차 업종에 대한 외국 투자 제한조치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합자 방식을 강요해 기술을 빼간다는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책 마련 의지를 내비쳤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개방을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호혜 공영의 개방 전략을 굳건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와 편리화 정책을 실시하고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 건설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확대와 관련, 시 주석은 "서비스업, 특히 금융업의 은행, 증권, 보험 등 외자 투자 제한 조치 완화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보험업의 개방 절차를 가속화하고 외자 금융기구의 설립 제한을 완화하며 금융기구의 대중 업무 범위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시장 개방을 약속하면서 공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1500억 달러짜리 관세폭탄을 터뜨릴 지, 한발 물러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