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칼럼] 미중 통상갈등의 양상과 전망

2018-04-08 13:14
  • 글자크기 설정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2018년 들어 미국 통상정책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통상법 201조와 232조가 발동되어 세탁기·태양광 패널·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에는 중국을 향해 통상법 301조를 발동, 1324개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중국을 향한 날 선 조치들은 미·중 간 무역전쟁 가능성까지 우려케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301조 발동 외에도 1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무역전쟁이 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상태다.
올해 들어 발동된 미국의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201조는 특정 국가보다는 특정 수입품에 대한 제재 조치이며, 대상 품목인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세탁기는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세탁기의 경우 중국보다는 한국을 타깃으로 한 조치에 가깝다. 따라서 중국은 이에 대해 성명 발표를 통해 강한 거부감만을 표명했을 뿐 별도의 보복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과 관련해 취해진 232조의 경우 역시 몇몇 국가들을 제외한 전 세계가 그 대상이다. 중국 역시 제재 대상국에 포함됐는데, 해당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8.3%로 아홉 번째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은 대부분 민간용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국가안보를 핑계로 수입을 제한하는 것은 WTO 체제와 국제 무역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관세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의 대중 수출 128개 품목(2017년 기준 30억 달러)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조와 232조에 대한 중국의 대응 조치가 어느 정도 보여주기 식이었다면 301조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보다 전면적이다. 301조는 앞선 조치들과는 달리 중국만을 대상으로 취해졌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을 갖고 있다. 또한 1324개 품목, 약 465억 달러 상당(미국의 대중 수입액의 약 9.2% 상당)의 중국 수입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규모 면에서도 앞선 조치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제재 품목을 살펴보면 기계류가 47%, 전자통신제품이 28%, 전기기기 11%, 자동차 및 부품이 6%를 차지하고 있다. 301조 조치에 대해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 해소보다는 ‘중국제조 2025’와 중국 기술력 향상에 대한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즉, 미국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미래 첨단기술 업종의 세계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라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미·중 통상갈등 양상을 정리해보면 미국의 선제공격에 중국이 꾸준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있는 형태로 전개된다. 미·중 통상마찰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가능한 한 대화와 협의에 기반을 두고 문제를 풀어가는 한편 자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개방 확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속적인 개방이 담보가 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그리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당분간 양국 간의 통상갈등이 심화 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우려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중 간 무역전쟁 발발이다. 양국 통상갈등이 환율문제로 확산되면서 분쟁이 전면화·장기화되는 경우이다. 이는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큰 악재임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양국 무역불균형에 가장 뿌리 깊은 원인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일본의 장기 불황이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화 절상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어 이 문제에서만큼은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1988년 종합무역법 혹은 2015년 교역촉진법에 의거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그 밖에 추가적인 관세부과를 레버리지 삼아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은 현재 보유 중인 미국 국채 처분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옵션은 중국 자신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후의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301조 등 현재까지 미·중 통상갈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받게 될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한국의 대 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를 들 수 있다. 이는 주로 기계부품, 전자부품 분야의 가공무역용 중간재 수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경우 현지 매출 비중이 높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 제품 간의 경쟁관계가 높지 않아 중국의 대미 보복조치에 따른 영향은 더욱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중 통상마찰의 전면화·장기화에는 더욱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중 통상 갈등으로 인한 피해 상쇄를 위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제3국에 대한 무역제재조치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