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6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를 대통령 경호처가 유지하는 것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상 이희호 여사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 기간은 만료된 상태다. 기간이 만료된 후엔 경찰에서 경호를 담당하게 된다. 다만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 기간을 지금보다 5년 늘리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인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며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운영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며 "법사위의 월권으로 한평생 민주화운동에 몸 바친 어른의 배우자에게 욕보이는 것이 기가 찬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호를 유지하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법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임을 자처하는 꼴"이라고 비판해다.
그러면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경찰 경호가 제공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손 여사에 대해서는 대통령 경호처 경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냐"고 따졌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유지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의 특정 조항을 거론한 데 대해 "불법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필요에 따라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다'는 법령에 따라 유권해석 문의를 지시했다.
바른미래당은 미묘한 입장을 보였다. 소속 의원간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상 독재국가나 정통성이 확보 안 된 로마시대나 북한 등이 의전이 복잡하고 복장이 화려하며 훈포장을 많이 달고 경호가 강하다"면서 "이 여사 경호를 (대통령 경호처에서) 계속하는 게 맞는 것인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주선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이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허용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공동대표는 "김중로 최고위원이 얘기한 것은 '위법 여부가 없느냐'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지, 대통령 경호처가 이 여사를 경호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수습했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전날(5일) 페이스북에서 "여야 교섭단체에서 합의 가결 돼 법사위에 송부된 법안이기에 법사위에서도 운영위 개정안이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개정안은 '이희호법'이 아니고 모든 전직 대통령 부인들께 적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