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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 B은행 미금지점을 3시 30분에 방문한 김모씨(37)도 깜짝 놀랐다. 대기 인원만 무려 60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월말이라 은행을 찾은 사람이 더 많았다"며 "이날 정확히 6시에 은행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은행 지점에 가기 두렵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영업점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지점당 수용해야 할 고객수가 증가한 탓이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국내 은행권의 줄어든 영업점포 수는 6791곳으로 집계됐다. 점포수는 2015년 123곳, 2016년 175곳, 2017년 312곳으로 갈수록 점포수는 줄고 있다.
이로 인해 지점에서 이뤄지는 거래 비중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창구에서 이뤄진 대면거래는 10건 중 1건밖에 안된다. 은행 지점을 방문해 거래한 비중은 2012년 13.0%에서 2013년 12.2%, 2014년 11.6%, 2015년 11.4%, 2016년 10.9%, 2017년 10.0%까지 줄었다.
이는 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트렌드에 맞춰 영업점을 찾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영업 전략을 바꾸고 있는 데 기인한다.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 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늘고 있지만 반드시 객장에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대기시간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법인 고객이거나 비영리법인 단체의 회계 담당자는 은행을 주기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부 은행 지점에선 '오전 11시 이후로는 대기시간이 30분 이상 걸립니다. 양해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한가하다는 것을 알지만 내부 업무를 마치고 은행에 가면 대략 11시 안팎"이라며 "은행에 한 번 갔다 하면 1시간은 우습게 잡아먹기 때문에 은행 갈 생각을 하면 머리부터 아프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실제로 창구 직원들은 고객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파악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고객이 뽑은 번호표에 기반해 모니터에 대기 시간이 자동으로 떠 바로 알 수 있다. 고객이 은행에 방금 왔는지, 아니면 오래 기다렸는지 등을 미리 인지해 고객 응대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인터넷으로 대기인원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지점에 대기 중인 고객수를 신규·해약·상담, 개인대출 및 외환 등 업무별로 볼 수 있다.
방문 예약제도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대기표를 발급 받으면 실제 객장에서 번호표를 뽑는 것과 같다.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오전에는 대기인원이 많지 않아 원활하게 업무가 이뤄지지만 월초나 월말 오후에는 법인과 개인고객 모두 많은 편"이라며 "조금이라도 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덜 불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