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래가축의 가치, 세계적 명품으로 재조명

2018-04-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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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 농업연구관

최유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 농업연구관[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숀 화이트 선수가 평창에 남아서 살아볼까를 잠시 고민했다는 기사를 봤다. 음식, 사람, 날씨 등 모든 것이 좋았고 특히 한우 생등심 구이를 거의 매일 먹을 정도로 한우고기 맛에 푹 빠졌다는 내용이었다.

한우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 땅에서 사육해 온 재래가축의 한 품종이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일본, 중국, 러시아 등으로 반출되는 등 시련을 경험했지만 광복 후 국민적 관심과 더 좋은 한우를 만들기 위한 품종 개량과 사육방법 개선이 이루어져 최고의 식재료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 사람 숀 화이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우는 외래 품종보다 단맛과 감칠맛을 좌우하는 성분이 많고 신맛과 쓴맛을 내는 성분이 적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재래가축은 그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기후 풍토에 맞게 적응하며 자연 선발되어온 가축을 말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환경 변이를 가진 지구상에서 특정 지역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고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가축이 지니지 않은 차별된 특성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우도 우리 땅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하는 동안 외래 품종보다 맛있는 유전자를 지니게 된 것일 것이다.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의 흑돼지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가고시마 흑돼지는 약 400년전 류큐(지금의 오키나와현)에서 유입된 흑돈이 가고시마의 풍토와 밀착한 개량을 거듭한 결과 얻어진 품종이다.

발효생햄의 일종인 하몽을 만드는데 최고의 품종으로 알려진 이베리코 돼지도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방목 사육되던 재래돼지를 여러 외래 품종과 교잡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제주재래돼지와 외래 품종인 랜드레이스와 교배해 개량한 ‘난축맛돈’ 품종을 제주지역 특산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재래돼지를 외래 품종인 두록과 교배해 개발한 ‘우리흑돈’이란 품종도 있다.

이 두 품종은 낮은 재래돼지의 성장률을 개선한 것과 더불어 고기 맛이 외래종보다 월등히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우리나라 재래돼지에는 두록이나 랜드레이스, 요크셔 등 외래 돼지 품종과 고기 맛 등에서 차이가 있는 26개 변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재래가축을 생명공학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재래흑염소는 반추위의 미생물 DNA에서 섬유소‧지방‧단백질 분해효소 유전자를 대량 발굴해 산업용 효소의 국산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사람에게 이식 가능한 바이오 이종장기 공여 동물로 체구가 작은 우리 재래돼지를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래가축은 위에서 언급한 한우, 재래돼지 외에도 칡소, 제주흑우, 재래흑염소, 재래닭, 제주마 등이 있다. 그러나 아직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의 경우, 한우와 같은 기후 풍토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한우와 비슷한 고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또한, 사계절이 있는 국내 환경에 적응해 오면서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란 가정하에 동물 신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해 볼만하다.

현대인들은 경제적 풍요에 힘입어 양보다는 질, 제철, 지역, 문화, 역사를 지닌 먹거리를 추구한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승자는 한국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가장 한국적이고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 환경과 문화 역사와 함께 해온 우리 재래가축의 가치를 재조명해 세계적인 명품 가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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