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의 연예프리즘] 김생민의 짧은 전성기, "봄날이 안타까운 이유는"

2018-04-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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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생민[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의 봄 꿈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모든 부귀영화가 꿈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한낱 꿈, 부질없는 일, 쓸모없는 생각 등을 가리킨다.
방송인 김생민의 26년만에 찾아 온 전성기는 그야말로 '일장춘몽'으로 7개월만에, 짧은 봄날처럼 찰나에 끝났다. 

흔히 인생을 일장춘몽에 비교하곤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겨울에서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오는 경향이라 봄은 더욱 짧아졌다. 김생민을 떠올리면 찰나의 봄같은 일장춘몽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스타’이기 보다 ‘생활형 연예인’이었던 김생민이 10년전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건이 드러나며 출연중이던 거의 모든 방송에서 하차할 위기에 처했다. 

김생민은 지난 2008년 방송 스태프 여성 두 명을 성추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회식자리인 노래방에서 김생민은 피해자 A와 B를 따로 불러내 각각 성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 A씨는 당시 즉각 사과를 받았지만, 피해자 B씨는 김생민에게 직접 사과받지 못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생민은 최근 미투운동이 발생하자 지난달 21일에서야 뒤늦게 직접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가에 데뷔했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김생민은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약하다가 지난해 6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별도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저축, 적금으로 국민 대 통합을 꿈꾸는 과소비근절 돌직구 재무 상담쇼’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지상파 KBS2에서 지난 8월 시즌1이 방영됐다. 지난 3월 4일 시즌2 방송을 시작했지만 김생민이 하차하게 돼 불가피하게 방송중단을 선언했다. 김생민이 없으면 성립 자체가 되지 않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생민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출연중이던 '짠내투어', '전지적 참견 시점', '김생민의 영수증' 등은 물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출발 비디오여행'과 '동물농장' 등에서도 하차하게 됐다. 성공으로 얻은 자리는커녕 그간 지켜오던 자리에서조차 내려와야 했다. 그가 출연한 광고의 취소는 물론 그에게 최근 자리를 내준 소속사 SM C&C도 된서리를 맞았다.

김생민의 미투 폭로에는 동정론도 없었다.

절약형, 생활형 연예인으로 오랫동안 무명에 가깝던 그가 '영수증'을 통해 절약을 외치며 '그뤠잇'과 '스튜핏'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대중들이 그에게 자신을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짠돌이로 알려진 그가 15억원 짜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것이 알려져도 "나 역시 절약하면 김생민처럼 고급 아파트에 살 수 있겠지"라는 대중의 심리가 적용해 악플이 없었고, 절약을 외치는 와중에도 자동차, 게임광고 등 각종 소비 조장형 광고에 등장해도 역시 김생민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졌다.

"나도 언젠가는, 절약하면 김생민처럼" 이렇게 생각하게 한 대중들의 마음에 상처를 낸 것이다. 

사실 10년전 사건이다. 연속된 미투 폭로에 대중의 피로감도 작용했고 웬만한 연예인이라면 10년전 일이고 신속히 사과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생민은 다르다. 

누구보다 성실한 이미지로 지난 26년간 차분히 한발한발 올라왔기에 그의 성공에 대중들은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따라서 배신감도 그 어느 연예인보다 컷으리라. 

그의 성공도, 몰락도 한바탕의 봄 꿈처럼 더욱 안타깝다. 대중이 신뢰했던만큼 신뢰에 보답하지 못한 과오는 더욱 큰 칼날로 되돌아왔다. 아쉽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장춘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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